정치

"공공임대는 역세권에 제대로 지어라"…이재명, LH에 직접 개발·품질 개선 주문

임서진 기자
입력

부동산 정책 전면 수정을 둘러싼 긴장과 압박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국토교통부가 맞붙었다. 공공임대 주택 입지와 품질을 둘러싼 논쟁에 더해 고속도로 휴게소 물가까지 도마에 오르며, 국토교통부의 사업 추진 속도와 도덕성에 대한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공공임대 주택 정책의 방향 전환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 L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해 온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임대 주택이 열악한 입지에 몰려 있다는 점을 정면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임대 주택을 지을 때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짓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LH 등에서 공급한 사례들을 보면 제일 좋은 자리에는 일반 분양 주택을 짓고, 공공임대는 구석에 있는 안 좋은 장소에 몰아서 짓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LH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짓다 보니 사람들이 공공임대에 대해 싸구려로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해,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사회적 낙인 문제를 정책 설계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 규모와 재정 구조에 대한 주문도 뒤따랐다. 이 대통령은 "역세권에 공공임대 주택을 짓고, 너무 작은 평수가 아닌 적정한 평수로 지으면 임대 보증금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적 손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임대 품질을 높이면서도 임대 보증금과 수익 구조를 통해 LH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택지 개발 방식과 관련해서도 공공의 직접 역할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는 민간 업체들의 입찰 경쟁이 엄청나다. 가짜 회사를 만들어 입찰받으려 하는 등 난리가 나지 않나"라고 말하며 민간 위탁 구조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이어 "뭐 하러 그렇게 하나. 좋은 곳은 공공에서 직접 개발해야 하지 않나"라고 촉구했다. 공공성을 우선해 LH 등 공공기관이 택지 개발을 직접 수행하고, 투기성 경쟁과 특혜 시비를 차단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생활 물가와 직결된 고속도로 휴게소 물가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알아보니 중간에 임대료, 수수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절반이더라. 1만원 내고 물건을 사면 휴게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5천원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누군가에게 수수료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과도한 임대료와 복잡한 수수료 구조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국민이 더 화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속도를 내달라"고 지시했다. 또 "별도의 관리회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 휴게소 운영 구조 개편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교통부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 사업 중에는 돈이 걸린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뭘 시켜놓으면 속도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지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일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것은 아예 안 하는 것과 똑같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가 예산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을 추진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결정을 미루는 관행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부패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가 맡은 영역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부정부패가 끼어들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개발 사업을 다루는 부처 특성상 각종 특혜·로비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공공개발을 확대하되 부패 방지 장치를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임대의 입지 개선과 휴게소 물가 인하 요구가 서민 부담 완화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여야가 국회 차원의 제도 보완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LH의 재무 구조, 민간 건설사와 운영사의 이해관계 조정 등 현실적 쟁점이 적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 설계 과정에서 추가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계기로 공공임대 공급 기준과 휴게소 운영 구조, 택지 개발 방식 전반을 점검하고, 대통령 지시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법·제도 개편을 논의할 계획이다.

임서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lh#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