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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게임에 유료 경매장”…넥슨, 한정판 거래 허용 후폭풍

강다은 기자
입력

게임 내 유료 재화 기반 경매장 시스템이 청소년 이용 등급 게임으로까지 확장되며 규제와 윤리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넥슨이 12세 이용가 모바일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에 한정판 아이템을 거래하는 유료 경매장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사행성 논란과 등급 분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IT 게임 산업 전반의 과금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부분유료화 모델의 고도화인지, 자산 가치 거래를 빌미로 한 고강도 과금 장치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 산하 개발 스튜디오 데브캣은 4일 마비노기 모바일 업데이트를 통해 웨카 경매장 기능을 적용한다. 웨카 경매장은 이용자 간 전설 희귀도 패션 장비를 입찰 방식으로 거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경매 종료 시점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계정이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는 전형적인 경매 시스템이다. 넥슨은 이번 콘텐츠를 일주일간 운영하는 한시적 이벤트라고 강조하며, 사행성 유발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결제 구조다. 입찰에 사용되는 웨카는 게임 내 캐시샵에서 미가공 웨카 원석을 구매해 변환하는 것이 기본 루트다. 다시 말해 웨카는 현금 결제를 통해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유료 재화다. 다만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로 모은 무료 재화 데카를 다른 이용자와 거래해 웨카를 확보하는 간접 루트도 열어 두며, 완전한 현금 전용 재화는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번 경매를 통해 코스믹 스타차일드, 엘더우드 소버린 등 과거 뽑기형 패키지로 제공된 한정판 전설 패션 장비가 다시 시장에 등장한다. 해당 장비들은 이미 더 이상 획득할 수 없다고 공지된 바 있어 희소성이 핵심 가치로 인식돼 왔다. 일부 기존 유저들은 희귀성 강조로 과금을 유도해 놓고, 뒤늦게 경매장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신뢰 훼손이라고 반발한다. 반대로 신규 이용자나 이전 시즌 한정 의상을 놓친 이용자들은 재획득 기회를 환영하며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웨카 경매장은 게임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 실시간 입찰 데이터 동기화, 유료 재화 변동 내역 추적, 거래 이력 로그 관리 등 고강도 운영 시스템을 요구한다. 특히 전설 장비처럼 고가 아이템이 걸린 경매의 경우, 서버 지연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분쟁으로 직결될 수 있어 정교한 트랜잭션 처리와 보안 구조가 필수다. 넥슨은 경매 시작가를 2만 웨카로 높게 책정해 아이템 최소 가치를 보장하는 한편, 첫 거래 이후에는 낙찰품 태그를 부여해 재거래를 봉쇄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과도한 시세 변동과 투기성 재거래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진훈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는 개발자 노트에서 패션 장비 희소성 관리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설 패션 장비의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재생산과 재판매 대신 이용자 간 1회성 자유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 자산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장비를 계정 귀속이 아닌 유저 간 이동 가능한 자산으로 다루되, 총량을 늘리지 않아 희소성은 유지하는 일종의 제한적 2차 시장 모델이라는 주장이다.

 

과금 구조도 일부 손질된다. 넥슨은 애초 웨카로만 구매할 수 있던 판매 등록용 포장지 가격을 990웨카에서 200데카로 낮추면서 무료 재화 기반 접근성을 높였다. 경매 수수료율은 단품 거래 2퍼센트, 풀세트 거래 1.5퍼센트로 낮췄고, 유료 활동에 연동되는 웨카 회원 등급 포인트는 차기 경매장에도 100퍼센트 이월되도록 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과금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 이용자를 배려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고가 경매 참여 자체가 웨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실질적인 결제 유도 강도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12세 이용가 등급과 사행성 규정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웨카 경매장이 현행 게임산업법 및 등급분류기준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게임산업법 시행규칙 제8조는 사행행위의 모사 및 사행심 유발 정도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물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 가치 이상의 아이템을 현금성 재화를 통한 입찰 경쟁으로 확보하게 하는 구조가 사행성을 자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거 사례를 보면 규제 리스크는 작지 않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 당시 거래소 기능과 관련된 사행성 논쟁을 겪으며 청소년 이용불가 버전과 12세 이용가 버전을 분리해 서비스했다. 당시에도 고가 아이템 거래와 현금성 재화 연동 구조가 청소년 보호 기준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마비노기 모바일 사례는 경매장 기능이 이벤트성으로 한시 운영된다는 점이 다르지만, 규제 당국이 기간보다 구조를 중시할 경우 등급 재분류 요구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는 이미 아이템 거래와 사행성, 규제 리스크에 대한 논의가 심화돼 왔다. 유럽 일부 국가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의 투명성 요구가 커지고 있다. 스팀 기반 스킨 거래나 모바일 수집형 게임의 과금 메커니즘이 수차례 사회적 논쟁을 거치면서, 청소년 대상 서비스와 성인 전용 서비스의 경계 설정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웨카 경매장은 직접적인 현금 인출 기능은 없지만, 유료 재화로 고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경쟁 구조라는 점에서 해외의 규제 논리와 닮은 부분이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규제 체계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 분류와 사행성 판단의 관문이다. 위원회가 웨카 경매장에 대해 사행심 유발 우려가 크다고 해석할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조정 또는 구조 개선 권고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일회성 이벤트로서 사행성의 지속성과 반복성이 낮다고 평가될 경우, 자율 개선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넥슨이 별도 버전을 내지 않겠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서버 운영과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보면, 이번 경매장은 플랫폼 사업자가 경제 활동을 미세 조정하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시작가, 수수료, 재거래 제한, 회원 등급 포인트 등 각종 파라미터를 조합해 유저 간 자산 이동 속도와 거래량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고도화된 경제 설계가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아이템 소유권 인증, 크로스 게임 자산 거래 같은 차세대 모델과도 맞닿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청소년 대상 게임에서 이런 실험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들은 유료 경매장 같은 고강도 과금 장치가 IT 게임 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규제와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소모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자산 거래, 등급 분류 이슈가 얽힌 사례는 향후 디지털 자산과 게임 경제를 둘러싼 제도 논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웨카 경매장이 실제 이용자 반응과 규제 평가 속에서 어떤 결론을 맞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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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마비노기모바일#웨카경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