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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日 허가…삼성바이오에피스, 자가면역 공략 가속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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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가 일본 대형 항체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흐름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하면서, 한국 기업이 고가 생물학제제 의존도가 높은 일본 자가면역질환 치료 영역에서 가격 경쟁과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를 일본 바이오시밀러 확대 경쟁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 성분의 바이오시밀러 SB17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 품목허가를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SB17의 성분명은 우스테키누맙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오리지널 의약품 스텔라라를 대상으로 한 후발 생물학제제다. 회사는 일본 현지 커머셜 파트너인 니프로 코퍼레이션과 협력해 2026년 5월 일본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텔라라는 인터루킨 12와 23의 활성을 억제하는 단일클론 항체로, 면역반응 경로를 조절해 염증을 낮추는 기전을 갖는다. 인터루킨은 면역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IL 12와 IL 23은 건선과 같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과 염증성 장질환에서 과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라라 계열 약물은 이 신호를 차단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연쇄 반응을 줄이는 방식으로 증상을 조절한다.

 

이번에 허가된 SB17 역시 동일 표적과 작용기전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 자가면역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며, 오리지널과 비교해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잡한 단백질 구조와 제조 공정을 갖기 때문에, 규제기관은 약동학, 면역원성, 임상 효능에 대한 다단계 비교 데이터를 요구해왔다. SB17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개발 및 생산 공정의 품질관리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스텔라라 오리지널 제품은 연간 글로벌 매출 규모가 약 15조원으로 추정되는 대표적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특히 일본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만성 염증성 질환 유병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으로, 고가 생물학제제에 대한 의료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SB17과 같은 바이오시밀러 도입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환자 치료 접근성 확대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산도스를 통해 피즈치바라는 이름으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이며, 국내에서는 에피즈텍이라는 제품명으로 직접 유통하고 있다. 이번 일본 허가는 유럽 미국 한국에 이어 아시아 대형 시장까지 커버리지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같은 계열 약물에 대해 다지역 동시 판매망을 확보함으로써 생산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후속 자가면역 포트폴리오 판매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다수의 TNF 알파 억제제와 IL 계열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장기간 사용되며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미국도 주요 블록버스터 생물학제제가 특허만료를 맞으면서 후발주자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도입 속도가 느린 시장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고가 면역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승인과 채택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일본 후생노동성 허가 이후에도 실제 처방 확산까지는 약가 수준, 급여 등재 범위,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인식 개선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 의료기관의 오리지널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품질과 임상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파트너사 니프로의 영업망과 현지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교육과 실사용 데이터 축적 전략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스텔라라 급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가 일본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전반의 가격 구조와 처방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가 일본에서 일정 수준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후속 고가 면역질환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도입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자가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를 포함한 자가면역 계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복용 기간이 길고 환자 수가 많아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축으로 평가된다. 산업계는 이번 일본 허가가 실제 처방 확대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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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스텔라라#sb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