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mRNA 백신 첫 신속허가…식약처, 고위험군 보호 서두른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로 인한 중증 하기도 감염 위험이 커지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를 겨냥한 mRNA 백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 단계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부터 개편한 신약 품목허가 심사 절차를 통해 속도를 높이면서, 감염병 대응 구조와 바이오 신약 개발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RSV 백신 시장에서 mRNA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식약처는 18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mRNA 백신 엠레스비아프리필드시린지 엠레스비아를 수입 품목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엠레스비아는 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 LRTD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6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60세 미만 고위험군을 접종 대상으로 한다. RSV 예방 백신 가운데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국내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는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 절차를 엠레스비아 심사에 전면 적용했다. 신약 허가 전문인력을 포함한 18명 규모의 품목전담팀을 구성해 제조·품질관리 GMP 우선 심사와 맞춤형 대면회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심사 기간을 단축했다. 특히 개발사와 허가 당국이 품목허가 신청 전후에 수차례 대면회의를 진행해 품질·비임상·임상 자료 보완 방향을 사전에 조율한 점이 신속 허가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RSV는 영유아 감염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령층과 만성 심폐질환자, 면역저하자에서 폐렴과 세기관지염 등 중증 하기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고령층이 RSV 관련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고령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도 잠재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백신은 mRNA 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돼 항원 단백질 정보를 체내에 전달하고, 인체 세포가 해당 단백질을 직접 발현하면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동일 플랫폼을 활용하면 변이 바이러스나 신규 표적에 대응하는 백신 디자인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RSV 이후 다른 호흡기 감염병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mRNA 기술은 기존 단백백신이나 바이러스벡터 백신과 비교해 설계와 생산 공정 변경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대규모 생산 인프라와 초저온 유통 체계가 이미 일부 구축된 만큼, RSV 백신 같은 계절성·표적성 백신으로 시장 저변을 넓힐 여지도 있다. 항원 선택과 지질나노입자 기반 전달체 설계에 따라 면역원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정교하게 튜닝할 수 있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에서도 접종 편의와 부작용 관리 측면의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RSV 백신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단백백신과 벡터백신에 이어 mRNA 백신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고령층과 임산부, 소아를 구분한 세분 시장을 형성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기존 단백 기반 RSV 백신 허가에 더해 mRNA 플랫폼 백신이 합류하면서, 의료 현장의 선택지는 늘어나는 반면 상환 체계와 접종 권고 기준 정비 과제가 부각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mRNA 백신 기술 내재화와 위탁생산 수주 경쟁을 병행하고 있어, 이번 허가가 국내 기업의 기술 제휴나 임상 협력 확대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식약처의 허가 심사 구조 개편이 주목된다. 식약처는 엠레스비아 심사에서 심층 예비 검토와 품질·비임상·임상 분야의 항목별 병렬 심사 방식을 적용했다. 동시에 개발 단계별 맞춤형 회의를 통해 자료 요구 사항을 조기에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단일 품목당 전담팀을 두는 구조는 초기에는 인력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인 보완 요구와 재심사로 인한 총 소요 시간과 개발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신약 허가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병렬 심사와 단계별 상담을 정례화해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약 허가 체계 개선을 통해 국민에게 치료와 예방 기회를 더 빠르게 제공하고, 바이오 제약산업 성장 촉진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RSV mRNA 백신 첫 신속허가 사례가 국내 혁신 백신과 바이오 신약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제도와 인력 기반이 뒷받침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