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완화 빠진 반도체특별법”…국회 산자위, 대통령 소속 특위 설치로 절충
근로시간 규제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과 반도체산업 지원 필요성이 맞붙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을 둘러싼 쟁점은 부대의견으로 남으며 정국 논란의 불씨를 안게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과 정진욱 의원,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박수영 의원, 고동진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8개 법안을 통합한 산자위 대안이다.

처리된 법안에는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근거가 담겼다. 또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정해 기반 시설을 조성·지원하고, 전력과 용수, 도로망 등 관련 산업 기반을 확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각종 인허가 의제 조항도 반영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완화 장치가 마련됐다.
여야는 중장기 재정 지원도 법제화했다. 2036년 12월까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설치·운영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도록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비중이 큰 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에 대한 지원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조항도 넣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포괄하는 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쟁점이었던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 문제는 법조문에 직접 명시되지 않았다. 여야는 대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부대의견을 붙이고, 향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대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산자위와 환경노동위원회, 기후위기·고용노동 관련 상임위에서 후속 논의가 이어지도록 한 셈이다.
여야는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 심화와 산업 환경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런 방식의 절충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법안 내용 대부분에 합의한 만큼, 근로시간 쟁점은 시간을 두고 별도 논의하되 지원 법제화는 우선 처리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표결 후 반도체업계 요구와의 간극을 인정하면서도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철규 위원장은 반도체업계가 요구한 주 52시간제 완화 등 근로시간 유연화 특례가 반영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절박함 속에 여야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법안 통과 배경을 설명하며 여야 협의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주 52시간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의힘의 양해와 이해 덕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즉각 반발도 제기됐다. 서일준 의원은 부대의견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표결 도중 퇴장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도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을 제외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법안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여당 일각의 이 같은 반발은 반도체 업계 요구와 근로시간 규제 완화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 내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는 정부의 노동 규제 완화 기조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업계는 그동안 공정 특성과 24시간 가동 환경을 이유로 연구개발 인력과 핵심 기술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반면 노동계와 야권 일각에서는 장시간 노동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며 주 52시간제 예외 확대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번 산자위 의결로 법적 지원 체계는 한 발 앞서가되, 노동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는 한편, 산자위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인력 근로시간 특례 도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반도체산업 지원과 노동 규제 완화의 균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