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수소에 예산 쏜다”…정부, 기후기술 R&D 확대해 탄소중립 속도낸다
기후위기 대응 기술이 국가 에너지·산업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과 수소에너지, 차세대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등 기후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내년 대폭 확대하며 탄소중립 전환 속도 높이기에 나섰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예산 확대를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테크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원천기술과 실증·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등과 함께 2025년 미래에너지·환경 기술포럼을 개최하고 기후기술 연구개발 성과와 향후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행사에는 관련 출연연, 기업, 학회 등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국제협력 과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포럼에서는 각 기관이 보유한 핵심 기술 성과가 공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기후기술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과제를 정리해 소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LG화학과 테크윈에 기술이전한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을 공유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화학원료로 바꾸는 방식으로, 공장 배출가스를 자원화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형적인 CCU 기술로 꼽힌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100퍼센트 수소 플라즈마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빠르게 분해하고 기초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고온의 수소 플라즈마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쪼갠 뒤 다시 산업용 원료로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처리와 수소 활용, 화학 원료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순환형 기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학교는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 박막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26.3퍼센트 효율을 달성한 성과를 공개해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발전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2026년을 겨냥한 기후기술 연구개발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이 국내외 기후기술 동향을 짚었다. 신재생에너지학회, 화학공학회, 전기화학회, 상하수도학회, 대기환경학회 등 관련 학회는 연구·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정책 제언을 내놨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국제협력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실증, 제도 정비 과제를 논의했다.
정부는 내년 기후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883억 원에서 1531억 원으로 73.5퍼센트 늘려, 탄소중립 핵심 기술 확보에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 우선순위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수소에너지, 고효율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등이다. 특히 이번 확대로 단위 과제 수준을 넘어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집중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CU 분야에서는 지난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CCU 메가프로젝트를 포함해 8개 사업에 2026년까지 640억 원이 투입된다.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화학원료와 연료, 건설 소재 등으로 전환하는 CCU 기술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감축 전략에서 필수 수단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화학·철강·시멘트 업종을 중심으로 실증 수요가 커지고 있어,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공장 단위 실증과 상용화 설계까지 이어지는 패키지형 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소에너지 분야에서는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을 지원하는 그린수소기술자립프로젝트 등 6개 사업에 총 385억 원이 배정될 예정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로, 전 주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소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전해조 소재·부품 기술과, 수소 저장·운송, 연료전지 시스템 고도화 기술까지 연계하는 중장기 연구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구조 같은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 고내구성 고체산화물연료전지 등 고효율·고수명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날수록 출력 변동성 관리가 중요해지는 만큼, 발전원 효율 개선과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재활용 기술이 통합 패키지로 설계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포럼에 맞춰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기후기술협력센터와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참여한 기후기술협력협의체 회의도 열렸다. 회의에서는 방글라데시 통합 다중재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기술지원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재난에 취약한 국가에 조기경보와 적응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후기술 입지를 높이는 동시에,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의 해외 실증과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힐 수 있는 통로로 평가된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로 기후기술을 지목하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시대를 대비한 기술 혁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대형 실증사업, 기술 사업화 연계를 포함한 전주기 지원과 국제협력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 실현과 세계 시장에서의 기후테크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연구계에서는 이번 예산 확대와 메가프로젝트 추진이 실제 대규모 실증과 민간 투자로 이어질지, 또 국제 규범과 시장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병행될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 구조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기술과 제도, 국제협력이 조화를 이루는지가 새로운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