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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기술이전"…젬백스, 삼성제약과 아시아 공략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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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성핵상마비 치료를 겨냥한 국산 신약 후보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이 보유한 펩타이드 기반 신약 후보 GV1001은 이미 알츠하이머병 적응증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계약으로 희귀 퇴행성 뇌질환인 진행성핵상마비 영역까지 파이프라인을 넓히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치매와 희귀 신경질환 치료제 경쟁 구도가 한층 가속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5일 삼성제약과 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로 개발 중인 GV1001에 대해 아시아 4개국에서의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한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다. 계약 총 규모는 2200억원이며, 젬백스앤카엘은 삼성제약으로부터 선급금 115억원과 품목허가 단계별로 최대 2085억원의 마일스톤을 받는다. 상업화 이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산정돼 장기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구조다.

GV1001은 원래 항암 백신으로 개발되던 텔로머라제 유래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로, 세포 보호와 항염, 항산화 작용 등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기전이 보고된 바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이 기전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과 진행성핵상마비 등 신경퇴행성 질환 적응증으로 개발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진행성핵상마비는 보행 장애와 안구 운동 장애, 인지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희귀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표적 치료제가 거의 없는 만큼 신약의 기술적 차별성이 상업적 기회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으로 개발과 상업화 역할 분담도 한층 뚜렷해졌다. 젬백스앤카엘은 GV1001의 글로벌 임상 전략과 핵심 연구를 담당하고, 삼성제약은 아시아 4개국에서 임상 수행과 허가, 마케팅을 맡는 구조다. 젬백스앤카엘은 기술이전 대금을 통해 글로벌 3상 준비에 필요한 임상 운영 자금과 연구개발 투자를 확보하게 됐고, 삼성제약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PSP로 적응증을 확장하며 두 개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축으로 한 파이프라인 구성을 강화했다.

 

진행성핵상마비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존에는 주로 파킨슨병 치료제를 증상 완화 목적에 한정해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최근 미국과 유럽 제약사를 중심으로 타우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나 소분자 후보물질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임상3상에서 유의한 효능을 입증한 약물은 드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GV1001은 세포 보호와 염증 반응 조절 등 다중 기전을 내세워 글로벌 개발사들과 다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시장성 측면에서 PSP는 희귀질환이지만 치료 대안이 거의 없어 약가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일본과 한국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PSP를 포함한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해당 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제약사의 수익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은 성장 시장으로, 중장기적으로 신경질환 진단 인프라가 확대되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PSP는 아직 절대 강자가 부재한 영역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주력하면서도 PSP를 포함한 타우병증을 후순위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부 후보물질이 중간 단계 임상에서 좌초되며 개발 전략 재검토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시아 거점을 통해 별도 전략을 취하는 국산 후보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젬백스앤카엘과 삼성제약의 행보는 차별화 시도로 해석된다.

 

규제 측면에서 PSP 치료제는 희귀질환 의약품 제도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 각국 규제 당국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임상 시험 설계 유연화, 우선 심사, 개발 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다만 신경퇴행성 질환은 장기간 추적 관찰과 객관적 평가 척도가 필요해 임상3상 설계와 환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젬백스앤카엘이 준비 중인 글로벌 3상에서 확보할 데이터가 한국과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에서의 허가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젬백스앤카엘이 최대주주인 삼성제약과 내부 시너지를 모색하는 구조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만큼, 연구개발과 허가, 상업화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기술이전 구조와 로열티 조건이 공정하게 유지돼야 소수 주주와 투자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GV1001이 상업화될 때까지 삼성제약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히며, 이번 계약이 PSP뿐 아니라 다른 신경질환 적응증 확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3상 결과와 각국 허가 전략이 GV1001의 가치와 두 회사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으며,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전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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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백스앤카엘#삼성제약#gv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