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바이오기술법 제정 본격화”…유럽, 산업 경쟁력 재편 노린다
EU 집행위원회가 바이오기술 산업의 혁신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EU 바이오기술법’ 제정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유럽은 이번 법안을 통해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바이오기술 제품의 실험실 개발부터 제조, 시장 출시에 이르는 전환 과정을 단축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 협의가 유럽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 판도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내년 법안 채택을 목표로 공개 협의를 시작했다. 앞서 한 달간 진행된 사전의견 수렴에는 225건의 산업-연구계 제안이 접수됐다. 의견 항목은 규제 간소화, 자금 조달, 바이오제조 인프라 및 인센티브, 인재 양성, 그리고 건강 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용 등 5대 부문에 걸쳤다. 오는 11월 10일까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의견이 수렴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EU는 내년 3분기 최종 법안 채택을 목표로 두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유럽은 바이오산업 기초연구 역량이 강점임에도 불구, 제품화·시장화 단계에서 지속적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유럽 바이오기술 부가가치는 381억 유로(약 61조4100억원)였으며, 그 중 의료-제약 분야가 주축이고 바이오화학 분야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EU는 미국 등 타 선진 시장 대비 바이오제품의 임상·상용화, 혁신 신약 육성에서 뒤처진 모습이다. 실제 유럽 내 임상시험 비중은 최근 10년간 25%에서 19%로 감소했고, 초기·후기 임상 단계 벤처캐피털 자금조달도 미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2017~2023년 상장된 67개 유럽 바이오기업 중 66개가 자국 증시 대신 미국 나스닥행을 택했다는 점은 사업화 경쟁력 한계를 방증한다.
특히 이번 EU 바이오기술법은 기존 바이오제품 시장 진출의 규제 장벽과 자본 공급의 병목을 푸는 데 방점을 둔다. 법안에는 실험실-공장-시장 사이클 효율화, 건강 데이터와 AI 기반 바이오팩토리 촉진, 인재 재교육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포함된다. 유럽 바이오산업계에서는 미국, 아시아 등과의 격차 해소와 내수 생태계 활성화에 효과를 기대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기술 경쟁이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가운데, EU가 차별화 전략과 특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한편 산하 조직인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유럽이 바이오산업에서 기초연구-사업화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쟁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EC의 정책 방향은 사회·환경·경제 3대 가치 조화와 함께 바이오기술 혁신을 시장에 실질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EU 바이오기술법의 채택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새 법안이 실제로 유럽 바이오기술의 사업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안전, 산업제도와 시장 활성화의 균형이 유럽 바이오산업의 지속성장 여부를 가를 주요 조건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