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폐암 추적까지 본다”…코어라인소프트, 국가검진 효율성 입증 주목
의료 인공지능이 폐암 검진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추적검사 단계에서까지 실효성을 입증했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유럽 연구기관들과 수행한 연구가 유럽 암학회지 EJC에 게재되면서, AI 기반 폐암 스크리닝이 초회 검사뿐 아니라 3개월 12개월 후속 CT에서도 암 진행을 안정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국가검진 체계에서 인력 부담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폐암 검진 프로그램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아이디엔에이, 에라스무스 의과대학, 흐로닝언 대학교와 공동 수행한 폐암 검진 연구 결과가 최근 EJC에 실렸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대상은 폐암 CT 검진 과정의 베이스라인 검사와 3개월 12개월 추적검사 단계에서 AI 판독이 실제로 어느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는지에 대한 정량적 검증이다.

연구팀은 코어라인소프트의 폐암 검진 전용 AI 솔루션 AVIEW LCS를 활용해, 초기 CT에서 발견된 폐결절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암 진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단일 시점 이미지 판독이 아니라 결절 부피와 성장 속도를 연속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폐암의 조기 진행 신호를 더 이른 시점에 잡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핵심 성과는 3개월 추적 스캔에서 나타났다. AVIEW LCS는 참조 양성으로 분류된 폐암을 100퍼센트 탐지했다. 특히 초기 베이스라인 CT에서 기준치보다 작아 관찰 대상으로만 분류됐던 100제곱밀리미터 미만의 소형 고속 성장 암도 AI가 더 앞선 시점에 식별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판독자가 초기 영상에서 중요도를 낮게 본 병변까지, 성장 패턴을 기반으로 위험 신호를 포착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는 AVIEW LCS가 결절의 3차원 부피와 시간에 따른 변화율을 바탕으로 성장속도 지표 VDT를 자동 계산하는 구조에서 나왔다. VDT는 결절 부피가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값이 짧을수록 악성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서는 이 지표를 활용해 사람이 매번 직접 측정할 때 발생하기 쉬운 편차를 줄이고, 추적검사 전체에 걸쳐 일관된 기준으로 암 위험을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판독자 중심 추적보다 재현성과 객관성이 강화된 분석 체계로 보고 있다.
위양성률 감소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위양성은 실제 암이 아닌데도 양성 의심으로 판정돼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환자 불안을 유발하는 경우를 뜻한다. 연구에 따르면 AVIEW LCS를 적용한 3개월 추적 스캔에서 위양성률은 7.8퍼센트, 12개월 추적에서는 0.9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재촬영과 장기 경과관찰, 침습적 조직검사 등을 줄여 의료 자원 낭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국가 단위 폐암 검진 프로그램에서 이런 수치는 정책 설계와 예산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추적검사는 검진 주기 내내 반복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위양성이 소폭만 줄어도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는 방사선 노출 감소, 인력 부담 경감, 장비 가동시간 여유 확보 등 누적 효과가 크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추적 판독이 검진 대상자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인구를 커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번 연구가 유럽 각국의 폐암 검진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이미 유럽 4ITLR, 독일 HANSE, 이탈리아 RISP, 프랑스 IMPULSION 등 국가 또는 지역 단위 폐암 스크리닝 프로젝트에 AI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정량 분석 기반 AI를 스크리닝 1차 판독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번 논문 결과가 이런 논의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폐암 CT 검진을 둘러싼 AI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국가 또는 보험 기반 검진 프로그램 확대를 계기로, 결절 탐지와 위험도 평가 알고리즘을 둘러싼 기술 개발과 임상 검증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코어라인소프트는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 경험과 학술 근거를 동시에 축적한 사례로 꼽힌다. 업계는 이 점이 향후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입찰 시장에서 신뢰도와 점유율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적검사 단계까지 AI가 안정적 판단을 제공하는지 여부는 향후 제도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다. 추적검사 프로토콜을 세분화해 고위험군은 더 촘촘히, 저위험군은 간격을 넓게 모니터링하는 계층화 전략을 도입하려면, 결절 성장 패턴에 대한 정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AVIEW LCS가 이런 계층화 전략의 실무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규제 측면에서 국가별 제도 차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폐암 검진 CT 판독에 AI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판독 보조 도구로 둘지 1차 판독 주체로 인정할지에 대해 각국 보건당국과 학계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 차원의 의료기기 규제와 각국 방사선학회 가이드라인이 정교해져야 AI의 역할과 책임 범위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코어라인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 겸 공동창업자는 이번 논문에 대해 AI가 조기 발견률 향상, 검진 효율 증대, 예산 절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지표에서 모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AVIEW 활용도를 확대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 해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폐암 검진이 본격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시점에 추적검사 단계까지 검증된 AI 솔루션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 재편의 열쇠를 쥘 수 있다고 본다. 기술 성능과 더불어 국가 정책, 예산, 의료 인력 수급을 아우르는 종합 운영 모델이 함께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폐암 스크리닝 AI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