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 경계 허무는 NO LAW…크래프톤, 서사형 FPS로 장르 확장
대형 게임 엔진과 오픈월드 기술이 스토리 중심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경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크래프톤이 공개한 네온자이언트의 신작 NO LAW는 차세대 엔진 언리얼엔진5를 기반으로 대규모 반응형 도시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서사를 결합해, 게임 산업 내 기술 경쟁 구도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공개를 크래프톤의 장기 IP 육성 전략과 서구 콘솔 시장 공략 가속화를 알리는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크래프톤은 12일 스웨덴 개발사 네온자이언트가 제작 중인 NO LAW를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 2025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밝혔다. NO LAW는 언리얼엔진5를 사용해 개발하는 1인칭 오픈월드 슈터 역할수행게임으로, PC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와 S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 공개된 트레일러는 인게임 캡처 영상으로 구성돼 실제 플레이 환경에 가까운 그래픽과 연출을 강조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NO LAW의 핵심은 차세대 엔진이 제공하는 고해상도 렌더링과 대규모 오브젝트 스트리밍을 활용해, 하나의 거대한 산업 항구 도시를 끊김 없이 탐색 가능한 오픈월드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언리얼엔진5의 나나이트와 루멘 같은 기술은 대량의 디테일과 사실적인 광원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SF 세계관 특유의 금속 질감, 네온 조명, 수직 구조물이 지배하는 도시 풍경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세대 엔진 대비 동일 하드웨어에서 더 촘촘한 디테일과 넓은 시야를 제공해 몰입감을 높이는 전략으로 보인다.
서사 구조에서도 기존 팀의 강점을 계승했다. 플레이어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 군인 그레이 하커의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마지막 파병에서 치명상을 입고 은퇴한 뒤, 외딴 항구 도시 포트 디자이어에서 식물을 가꾸며 살아가던 그는 예기치 않은 침입 사건으로 일상을 잃고, 다시 전투 장비를 들고 나선다는 설정이다. 표면적으로는 복수 서사지만, 개발진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행동과 관계, 결말이 갈라지는 개인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트 디자이어는 거센 바다 절벽 위에 세워진 거대 산업 항구 도시로, 공식 규율보다는 각 세력이 추구하는 욕망이 우선하는 무법 지대로 설계됐다. 옥상 정원, 그늘진 골목, 교역으로 살아나는 시장 등 다양한 레벨 디자인 요소가 등장하며, 이 공간들이 단순 배경이 아니라 각기 인물과 사건의 허브로 동작하도록 구조화된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어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NPC의 태도, 접근 가능한 경로, 분기되는 서브 퀘스트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루트와 전개, 엔딩이 바뀌는 반응형 내러티브 구조를 지향한다.
전투와 접근 방식은 스텔스와 정면 돌파를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설계다. 이용자는 주인공의 군 경력을 살려 소음기를 활용한 잠입, 시야 차단과 경로 우회를 통한 은밀 침투를 택할 수 있고, 강화 장비와 군용 업그레이드를 적극 활용하는 공격적 플레이도 가능하다. 여기에 SF 도구와 수직 이동 기술 같은 미래형 장비를 더해, 고지 점령, 상부 구조물 활용, 수직 탈출 루트 개척 등 입체적인 전투 설계가 가능한 구조다. 최근 AAA급 슈터에서 중시되는 플레이 스타일 자유도와 빌드 다양성을 전면에 배치한 셈이다.
네온자이언트는 전작 디 어센트에서 집약형 사이버펑크 도시와 상호작용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그때 축적한 세계관과 시스템, 스토리텔링 역량을 장르적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클라에스 아프 뷔렌 디렉터는 NO LAW를 스튜디오의 다음 도약이라고 규정하며, 지금까지 제작한 게임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반응적이며,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각 시점 액션 RPG에서 1인칭 오픈월드 RPG로의 전환은 렌더링 파이프라인과 콘텐츠 제작 공정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소규모 북유럽 스튜디오가 언리얼엔진5를 활용해 생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업계 관심사다.
시장 측면에서 NO LAW는 콘솔 고정 팬층이 두터운 서구 시장 공략용 프리미엄 타이틀로 분류된다. 선택과 결과에 따른 분기 구조는 반복 플레이 가치를 높여, 패키지 판매와 함께 장기적인 커뮤니티 유입과 스트리밍 콘텐츠 확대에도 유리하다. 동시에 스팀 위시리스트 확보와 다중 소셜 채널 운영은 초기에 코어 게이머층을 모으고, 피드백을 반영해 라이브 서비스형 업데이트나 추가 확장팩 전략으로 전환할 여지도 남겨 둔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CD프로젝트레드, 베데스다, 유비소프트 등 서사형 오픈월드를 다수 보유한 서구 메이저 스튜디오와 비교가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반응형 내러티브와 캐릭터 중심 선택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AAA급 기준을 재정의하는 추세라, NO LAW가 도시에 대한 기억과 개인적 상실을 어떻게 인터랙티브하게 풀어낼지에 따라 차별화 수준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언리얼엔진5 기반 차세대 그래픽을 내세우는 서구 신작들도 잇따를 예정이라, 기술 우위보다 표현 방향성이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배틀로얄 장르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서사·싱글 플레이 경험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자체 개발뿐 아니라 전문 스튜디오 인수와 협업을 통해 장르를 다변화해 온 가운데, 이번 작품은 서사형 콘솔 IP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 사례로 꼽힌다. 향후 메타버스형 소셜 공간,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과 결합될 경우, 동일 IP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여지도 있다.
정책과 규제 관점에서 콘솔·PC 패키지 게임은 모바일 부분유료화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 압력이 적지만, 폭력성 표현 수위, 전투 묘사 방식 등은 각국 심의 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NO LAW가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과 무법 도시라는 설정을 내세우는 만큼, 시네마틱 연출과 폭력 수위 조절, 연령 등급 전략이 해외 동시 출시 일정과 마케팅 수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언리얼엔진5 기반 신작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시점에, 단순 그래픽 경쟁보다 세계관, 선택 구조, 도시의 반응성 같은 설계 철학이 IP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NO LAW가 실제 출시 후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크래프톤의 장르 다변화 전략을 견인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