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혈전 30분 영상진단제 특허 득…듀켐바이오, 뇌졸중 타깃 글로벌 공략 시동
방사성의약품 개발 기업 듀켐바이오가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혈전성 질환을 겨냥한 차세대 진단 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회사는 100퍼센트 자회사 라디오디엔에스랩스를 통해 활성혈전만을 선택적으로 찾아내는 영상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68GaGP1의 미국 특허 등록 결정을 확보했다. 응급 상황에서 30분 내 제조가 가능하고, 최근 형성된 혈전 여부를 구분해 보여줄 수 있는 점이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급성기 뇌졸중 치료 전략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혈전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응고되며 생기는 덩어리로, 크기와 위치에 따라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정맥혈전증 등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이 갑작스레 막히는 급성기 상황이 대부분이라 발병 후 수 시간 안에 정확한 위치와 성상, 즉 새로 생긴 활성혈전인지 오래된 비활성혈전인지 파악하는 일이 예후를 좌우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CT, MRI 등 다양한 영상기법으로 혈전성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혈액검사는 특정 응고 인자나 D다이머 수치로 혈전 가능성을 추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실제 혈전의 위치나 생성 시점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CT나 초음파 같은 영상기법으로는 혈전의 존재와 혈관 폐색 여부는 볼 수 있지만 치료 방침 결정에 중요한 활성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듀켐바이오와 라디오디엔에스랩스가 개발 중인 68GaGP1은 이 같은 기존 진단 체계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설계된 활성혈전 영상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이다. GP IIbIIIa 수용체는 혈소판 표면에 존재하는 주요 단백질 복합체로, 혈소판이 활성화될 때 발현이 증가해 혈전 형성 과정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68GaGP1은 이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설계된 분자에 양전자 방출 동위원소 갈리움68을 표지한 PET 영상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전신에 존재하는 활성혈전 부위에만 집적돼 신호를 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양전자 단층촬영기인 PET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양전자를 감지해 인체 내부의 대사·기능 정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장비다. 68GaGP1은 PET을 통해 온몸을 한 번에 스캔하면서 활성혈전이 존재하는 부위를 고해상도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단순히 혈관이 막혔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막힌 부위 중 실제로 최근 형성된 혈전이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선별해 보여줄 수 있어 혈전 용해제 투여나 혈전 제거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보다 정밀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공정 측면의 속도도 강점으로 꼽힌다. 갈리움68은 제너레이터 방식으로 병원 내에서 바로 생산할 수 있어, 별도 사이클로트론이 필요한 동위원소보다 접근성이 높다. 회사 측에 따르면 68GaGP1은 제조시간이 30분 이내로 짧아 응급실 내 뇌졸중 의심 환자나 급성 폐색전증 환자 등에서 신속한 검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급성기 치료 골든타임이 수 시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영상진단과 치료 결정을 한 사이클 안에 묶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진료 프로토콜을 재구성할 여지도 생긴다.
듀켐바이오와 자회사는 68GaGP1에 대해 미국에서 최종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고, 한국과 유럽, 중국에서도 특허 등록을 검토 중이다. 특허 확보를 바탕으로 임상 진입을 위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술, 이른바 CMC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정적 제조 공정 확립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전망이다.
방사성의약품 기반 혈전 진단 기술은 해외에서도 경쟁이 본격화된 분야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피브린이나 기타 혈소판 표면 단백질을 표적하는 다양한 표지 화합물이 전임상 혹은 초기 임상 단계에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실제로 활성혈전만을 선별해 전신에서 영상화하는 콘셉트의 후보물질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해, 누가 먼저 대형 임상과 규제 문턱을 넘느냐가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듀켐바이오의 미국 특허 등록은 이 경쟁 구도에서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하는 의미를 갖는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각국 보건당국의 엄격한 규제 절차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이 방사성의약품을 일반 의약품과 동일하게 안전성, 유효성, 품질 측면에서 심사하고 있으며, 혈전과 같은 응급질환용 진단제는 임상 설계 단계에서 윤리성과 실효성 모두를 만족해야 한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의약품청 역시 방사성동위원소 사용과 환자 피폭선량, 반복 사용 가능성 등에 대한 별도 검토를 요구한다. 특히 활성혈전을 영상화한다는 특성상, 영상 결과를 실제 치료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규제 당국과 학계 논의를 통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정밀 영상 진단을 기반으로 한 급성기 혈전 치료 전략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는 CT나 MRI에서 폐색이 확인되면 시간 기준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일괄적인 혈전 용해제 투여나 혈전 제거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활성혈전만을 골라 보여주는 영상 진단제가 실전 배치될 경우, 치료 필요성이 낮은 오래된 혈전은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최근 생성된 혈전에만 적극적인 중재 시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치료 분류가 세분화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의 위험도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특허 취득을 계기로 글로벌 임상 개발과 기술 수출 등 다양한 사업화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국가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주요 제약사나 의료기기 기업과의 라이선스 아웃 또는 공동 개발 협력 모델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축적해 온 제조·품질 역량을 기반으로 혈전 진단 영역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혈전성 질환은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영역이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은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상위권을 차지하며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 조기 진단과 적시 치료를 뒷받침할 정밀 영상 기술의 수요는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듀켐바이오의 활성혈전 영상 진단제가 글로벌 규제와 임상 허들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혈전 치료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