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른 최악의 한국음식 논란…데이터 편향이 남긴 숙제
글로벌 음식 평가 플랫폼 테이스트아틀라스가 공개한 세계 최악의 음식 100선에 엿, 콩나물밥, 두부전 등 한국 전통 음식이 대거 포함되면서 국내에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은 사용자 평점과 자체 알고리즘을 결합해 순위를 산출한다고 설명하지만, 문화적 맥락과 조리·섭취 방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가 나오며 AI 추천 시스템의 편향과 공정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음식처럼 개인·문화적 차이가 큰 영역에서의 평점 기반 추천이 데이터 편향 논쟁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랭킹에서 엿은 68위, 콩나물밥 81위, 두부전 84위로 집계됐고, 강한 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홍어도 51위에 올랐다. 사이트는 엿을 찹쌀, 고구마, 옥수수 등을 쪄 만든 한국 전통 당과류로 소개하며 고체와 액상 형태의 사용 용도를 구분했고, 콩나물밥은 전통 비빔밥류로 분류해 양념장 구성까지 언급했다. 두부전 역시 계란, 밀가루, 채소를 섞어 지지는 전통 전으로 설명하며 조리 과정은 비교적 정확히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 음식 모두 평점은 2점대 중반에 그쳐 하위권에 배치됐다.

논란의 핵심은 평가 수치 자체보다 그 수치가 만들어지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구조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사용자 평점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랭킹을 재가공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추천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특정 국가와 언어권 사용자 비중, 플랫폼에 더 자주 접속하는 이용자 집단, 리뷰를 남기는 적극적 이용자의 성향이 모두 데이터 분포를 왜곡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전통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가 낯선 재료와 향, 양념 구조만으로 낮은 점수를 매기면 그 결과가 알고리즘을 통해 증폭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특히 콩나물밥과 두부전의 경우 양념장 유무에 따라 체감 맛이 크게 달라지는데도, 사이트 설명은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고 짧게만 언급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양념 없이 먹고 평가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AI 추천 시스템 연구에서는 입력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컨텍스트가 누락될 경우, 사용자의 실제 경험과 모델이 재구성한 결과 사이에 괴리가 커진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조리법과 섭취 방식까지 정교하게 구조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 평점만 수집하면, 알고리즘은 취향의 미세한 차이를 학습하지 못한다.
글로벌 관점에서 음식 평점 플랫폼은 이미 AI 기반 추천 서비스의 대표 산업 중 하나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음악 추천에 협업 필터링과 딥러닝을 결합하듯, 음식 플랫폼도 이용자의 방문 기록, 위치, 선호 국가, 과거 평가 이력 등을 종합해 새로운 음식을 추천한다. 문제는 음식처럼 문화·종교·지역성이 강한 영역에서는 데이터가 특정 문화권에 치우치면 편향이 더 크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유럽과 북미 이용자가 대부분인 플랫폼에서 발효 향이 강한 동아시아 음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현상은 전형적인 대표성 편향 사례로 꼽힌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순위를 전 세계 음식에 대한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명시하며, 전통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AI·데이터 산업에서는 이런 단서 조항만으로 플랫폼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AI법 제정 논의에서 알고리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요구가 강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가 어떤 데이터와 알고리즘 논리로 특정 음식이 ‘최악’으로 판정됐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문화적 오해와 불필요한 혐오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음식 평가 플랫폼 사례가 AI 기반 추천 시스템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경고 신호라고 본다. 의료, 채용, 대출 심사 등 고위험 영역에서는 이미 데이터 편향과 차별 문제를 줄이기 위한 공정성 검증 도구와 설명가능 AI 기술이 도입되는 추세다. 식문화처럼 상대적으로 저위험으로 분류되는 영역이라 해도, 특정 국가나 집단의 전통·정체성을 왜곡된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윤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향후 플랫폼 업계에서는 국가·언어·문화권별 가중치 조정, 평가 참여자 분포에 대한 공개, 알고리즘 검증 보고서 형태의 자율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천 정확도 경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편향을 줄이고 결과 해석에 충분한 설명을 더하는 방향으로 기술 전략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음식 평가를 넘어 AI 추천 서비스 전반에서 신뢰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