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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신분증결제로 한번에” 이통3사, 편의점 결제경험 재설계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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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기반 디지털 신분증 기술이 오프라인 결제 환경을 바꾸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출시한 패스 신분증결제 서비스는 신분증 확인과 결제를 한 번에 처리하는 구조로, 편의점과 무인 자판기에서의 성인인증 절차를 디지털화한다. 업계는 이 서비스를 오프라인 결제경험을 재설계하는 분기점이자, 디지털 신원확인 인프라 확산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패스 신분증결제 서비스를 1일 공개했다. 기존에는 편의점이나 무인자판기에서 술·담배 등 성인인증 대상 품목을 구매할 때 신분증 제시와 결제가 분리된 이중 절차가 필요했다. 새 서비스는 패스 앱에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을 등록해 전자 신분증으로 사용하고, 같은 앱에 신용카드를 함께 등록해 두면 매장에서 QR코드를 스캔하는 한 번의 행위로 성인인증과 결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다.

핵심은 통신사 기반 본인확인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을 하나의 QR 인터페이스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패스 앱을 열어 생성된 QR코드를 매장 단말기에 제시하고, 단말기는 이를 스캔해 연동된 서버로 전송한다. 서버에서는 등록된 전자 신분증을 통해 이용자가 성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를 호출해 결제 승인 절차를 진행한다. 사용자는 별도의 실물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카드를 다시 꺼낼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 한 번으로 인증과 결제를 마칠 수 있다.

 

통신 3사는 이미 패스 신분증 확인서비스를 통해 성인인증과 본인확인을 제공해 왔다. 이번에는 여기에 결제 기능을 덧붙여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한 셈이다. 현재 패스 신분증 확인서비스 이용자는 약 15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추가 앱 설치 없이 패스에 신용카드만 등록하면 신분증결제 기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신분증을 육안으로 확인하던 대기 시간과 수기 점검 과정이 줄어들어 고객 체감 속도와 편의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목된다.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할 경우 사업자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점원이 신분증 위조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추후 분쟁 시 객관적 증빙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패스 신분증결제는 통신사와 결제 대행망을 거친 전자 신분증 인증 이력을 남길 수 있어, 판매자가 적법한 성인인증 절차를 거쳤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실제 행정심사에서 해당 이력이 어느 수준까지 증빙 효력을 인정받을지는 향후 법·제도 해석과 판례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 초기 상용화는 유통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통신 3사는 GS리테일과 손잡고 전국 GS25 편의점에 패스 신분증결제를 도입한다. GS25는 현장 POS 단말과 자체 결제 시스템에 패스 기반 QR인증 모듈을 연동했으며, 무인 운영 환경에도 이를 확장한다. 비버웍스가 설치한 전국 무인 담배 자판기에서도 이 서비스를 적용해, 무인 설비에서도 법적 요건에 맞는 성인인증과 결제를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GS리테일은 디지털 채널에서도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자사 앱인 우리동네GS 앱에서 결제를 진행할 때, GS페이 결제 화면 내에서 패스 성인인증 QR을 바로 실행하는 메뉴를 제공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결제·인증 경험을 설계해, 동일한 디지털 신분증 인프라를 전 채널에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데이터 흐름과 보안 구조도 서비스 신뢰도에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입력된 성인인증과 결제 정보는 결제 부가통신망 사업자 역할을 하는 나이스정보통신을 통해 암호화 처리된 뒤 GS25 편의점에 전달된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오프라인 결제망을 운영해 온 기존 VAN사로,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 신분증결제를 상용 수준으로 제공하는 첫 사례로 소개됐다. 실제 상용 단계에서는 통신 구간 암호화, 토큰화 방식 카드정보 처리, 신분증 데이터 최소전송 등 다층 보안이 요구되며, 개인정보보호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관련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향후 서비스 확대 방향도 구체화되고 있다. 통신 3사는 편의점과 무인 자판기, 셀프계산대를 넘어 전국 주요 관광명소 등에서 성인 인증이나 거주지 인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관광지 내 주류·담배 판매, 성인 전용 콘텐츠 공간, 지역민 할인 프로그램 등에서 디지털 신분증 결제 모델을 적용하면,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모두에게 다양한 신분확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해외 이용자 대상 서비스로 확장하려면, 여권이나 외국 신분증과 연동하는 글로벌 디지털 아이디 체계와의 호환성 확보가 관건으로 남는다.

 

국제적으로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국가 디지털 ID를 결제 시스템과 묶으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공항 보안 검색에 도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공공·민간 서비스에서 사용할 통합 디지털 지갑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패스 기반 신분증결제는 통신사 주도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지만, 데이터 주권과 플랫폼 지배력에 대한 논쟁도 함께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여러 법령의 교차 적용이 예상된다. 신분증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보호 대상이며, 결제 정보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 특히 성인인증 이력이 법적 증빙으로 어느 정도 인정될지는 관련 부처와의 협의, 가이드라인 제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디지털 신분증과 결제가 통합된 구조인 만큼, 데이터 결합에 따른 목적 외 이용 제한과 저장 기간 관리도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사와 유통사가 손잡은 이번 시도가 디지털 신원 확인과 결제가 결합된 새로운 인프라 경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권이 추진해 온 마이데이터·모바일 지갑, 플랫폼 기업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통신사 기반 전자 신분증이 서로 맞물리면, 사용자 단말 안에서 신분증, 결제수단, 멤버십이 통합된 형태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데이터 집중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와 알고리즘 기반 연령·신원 확인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KT는 패스 신분증결제 론칭과 함께 이용자 유입을 위한 마케팅도 병행한다. KT 가입자가 GS25 편의점에서 패스 신분증결제를 활용해 5000원 이상 결제할 경우, GS25 모바일상품권 5000원을 추첨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초기 이용자를 확보해 온·오프라인 결제망 전반으로 사용성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디지털 신분증과 결제의 결합은 편의성과 보안,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요구받는 영역이다. 통신사와 유통·결제 업계의 협력이 활용 사례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동력이 되는 한편, 제도와 사회적 합의를 동반한 신뢰 확보 없이는 확산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패스 신분증결제가 생활 속 서비스로 안착할지, 그리고 디지털 신원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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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신분증결제#이통3사#gs25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