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뺀 유튜브라이트”…네이버·스포티파이 손잡고 음원판 뒤흔든다
음원과 동영상 스트리밍을 둘러싼 국내 플랫폼 판도가 내년 초부터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네이버 유료 멤버십에 스포티파이 이용권이 공식 편입됐고, 유튜브도 음원 서비스 결합을 뺀 저가형 유료 상품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이 사실상 음원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은 가운데 멜론, 지니, 플로, 스포티파이 등 경쟁사들이 결합 요금·멤버십 전략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스포티파이, 공정위 조정 아래 등장하는 유튜브 라이트 조합이 음원 시장뿐 아니라 OTT와 통신 결합 상품 전반에 파급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27일 자사 유료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혜택에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식을 추가했다. 이 상품은 광고 없이 1억여 곡의 음원과 700만여 개의 팟캐스트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요금제로, 오프라인 저장 기능만 빠졌을 뿐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개인 프리미엄(월 1만1900원)과 거의 동일한 기능 구성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식 단독 이용료는 월 8690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기존 스포티파이 직구독자가 네이버 멤버십으로 갈아탈 경우 월 3790원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 네이버 쇼핑 무료 배송, 네이버페이 추가 적립 등 부가 혜택까지 동시에 얻는 구조다.

네이버는 이번 제휴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 ‘추가 구독’ 기능도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넷플릭스, MS 엑스박스 PC 게임패스, 네이버 웹툰·시리즈 쿠키 49개, 스포티파이 등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추가 요금을 내고 두 가지 이상을 묶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플러스에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를 선택한 이용자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식을 더하고 싶다면 월 5900원을 추가 지불하면 된다. 이 조합을 활용하면 네이버 멤버십 4900원, 넷플릭스 광고형 7000원, 스포티파이 베이식 8690원을 따로 구독하는 것 대비 한 달에 9790원을 아끼게 된다. 한 번의 결제로 쇼핑, OTT, 음원을 모두 묶는 이른바 ‘슈퍼 번들’ 형태여서, 가격 민감도가 높은 국내 이용자층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 역시 새로운 요금제 구조로 국내 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만 제공되던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동의의결을 통해 한국에도 상륙하기로 한 것이다. 유튜브 라이트는 원래 광고 없는 시청 기능만 제공하고 유튜브 뮤직, 오프라인 저장, 백그라운드 재생이 빠진 저가형 상품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예외적으로 영상 오프라인 저장과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이 포함된다. 구독료는 웹 기준 월 8500원으로,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1만4900원보다 약 43퍼센트 저렴하다. 기능은 해외 라이트보다 늘고 가격은 더 낮아진 셈으로, 유튜브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끼워팔기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가격 차별화로 구독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 결합 판매가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시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동의의결이 확정되면서 유튜브 라이트 출시를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동의의결에 따라 구글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유튜브 라이트를 출시해야 하며, 기술적 문제가 없다면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시장에서는 동영상과 음원을 하나의 번들로만 판매하던 구조에 균열이 생기면서, 각 서비스가 제공 가치에 맞는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는 방향으로 요금제가 세분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 음원 앱 이용자 수 기준 1위 사업자는 유튜브 뮤직이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유튜브 뮤직이 797만 명으로 가장 많고, 멜론 705만 명, 지니 303만 명, 플로 200만 명, 스포티파이 173만 명, 바이브 53만 명, 벅스 31만 명 순이다. 전통 강자인 멜론과 통신 3사의 결합을 등에 업은 지니, 플로 등이 여전히 두터운 가입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튜브 뮤직의 폭넓은 콘텐츠와 영상·음원을 한 번에 묶은 번들이 강한 흡입력을 보이며 상위권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이용자 수 변화의 최대 수혜주로 스포티파이를 꼽는 분위기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광고 기반 무료 멤버십을 도입하며 외형 확장을 노렸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였다. 이번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결합되면서 이용자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네이버 멤버십을 동시에 구독하던 이용자라면 유튜브 라이트와 네이버 멤버십 조합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튜브 라이트로 전환하면 월 6400원을 아끼는 동시에 추가 요금 없이 네이버플러스를 통해 스포티파이 혜택을 쓸 수 있어, 가격 대비 효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의 조합도 변수다. 네이버 멤버십에서 넷플릭스를 주 혜택으로 선택하고 5900원을 더 내 스포티파이를 추가하더라도,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과 네이버 멤버십을 동시에 결제하던 조합보다 월 500원 저렴하다. 영상은 넷플릭스와 일반 유튜브, 음원은 스포티파이로 가져가면서, 쇼핑과 포인트 적립까지 하나의 번들로 묶는 옵션이 생긴 셈이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멜론·지니처럼 통신사와 깊이 묶인 전통 음원 플랫폼보다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과 포털 기반 멤버십이 결합한 형태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수는 비정규 유통 채널이다. 유튜브는 이용약관 상 해외 가족 요금제를 이용한 우회 가입과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부 이용자들이 이 경로를 통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고 있다. 한 공유 플랫폼은 해외 가족 요금제를 활용해 국내 이용자에게 월 7000원 수준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내 정가의 절반 수준이자, 새로 나올 유튜브 라이트보다도 저렴한 금액이다. 이런 비공식 채널이 계속 유지될 경우, 유튜브 라이트의 가격 경쟁력과 공정위가 의도한 시장 구조 개선 효과가 얼마나 구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멤버십, 이동통신사 결합 요금제, 유튜브 프리미엄과 같은 다양한 번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국내 음원 시장 경쟁 축이 ‘개별 서비스’에서 ‘패키지 구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요금제, 포털 멤버십, 글로벌 OTT와 음원 번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내년 이용자 지각변동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각사도 월간 활성 이용자 변화를 촘촘히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가격과 번들 구성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누가 이용자 경험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구독 모델을 안착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