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연탄에서 팝업북까지”…제약바이오, 연말 CSR 경쟁 확산

신유리 기자
입력

한파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현금 기부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연탄 나눔, 임직원 걸음 연계 기부, 아동 대상 위생 교육 콘텐츠 제작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늘면서 ESG 경영 기조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상시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취약계층 지원과 더불어, 바이오헬스 기업으로서 공중보건·예방의학 영역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역할이 강화되는 흐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GC녹십자는 연말을 맞아 이웃돕기 성금 2억 원을 기탁하며 희귀질환 환자와 소외계층 지원에 집중했다. 이 가운데 1억 원은 사업장 인근 관련 기관을 통해 지역 내 취약계층과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의료·생계 지원에 쓰이고, 나머지 1억 원은 대한적십자사에 전달돼 재난 구호와 노인·장애인·아동청소년 복지사업에 활용된다. 제약사가 익숙한 의약품 기부를 넘어, 재난 대응과 복지 인프라 강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대원제약은 임직원 건강 증진을 디지털 방식의 사회공헌과 결합했다. 2022년부터 운영 중인 굿워킹 캠페인은 임직원의 걸음을 측정해 일정 보수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목표였던 8천만 보를 초과 달성하며 약 3천만 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굿네이버스 서울북부사업본부에 전달했다. 이 기금은 기후위기 대응 사업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으로, 건강 데이터 기반 사내 활동을 환경·사회 이슈와 직접 연결한 ESG 사례로 평가된다.  

 

파마리서치는 강릉 지역을 중심으로 바자회와 에너지 복지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선보였다. 임직원 참여형 나눔 바자회를 통해 1천9백26만 원을 모금했으며, 이 기금은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를 통해 강릉시 저소득층 가정의 겨울 난방비와 재능 있는 아동을 위한 아이리더 장학사업에 배분된다. 여기에 더해 대한적십자사에 2천만 원을 기부하고 연탄 나눔 봉사에 직접 참여해 가구당 2백장씩 총 1만 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에너지 빈곤층을 겨냥한 정밀 지원에 교육·장학 요소까지 결합한 구조다.  

 

보령은 의정부 지역을 거점으로 연탄 나눔 활동을 전개했다.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 연탄 3천 장을 기부한 뒤, 임직원이 직접 의정부시 호원동 일대 10가구를 찾아 연탄과 건강기능식품 세트를 전달했다.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고령자·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현장 접점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주관한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 참여해 인천 미추홀구 햇골길 일대 15개 가구를 대상으로 약 6천7백여 장의 연탄을 직접 배달했다. 위탁생산 중심 바이오기업임에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확대하며 인천 지역 거점 바이오 클러스터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보다.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메딕스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계절성 위험에 초점을 맞춘 물품 지원에 나섰다. 충북 제천시 관내 독거어르신, 조손가정, 기초수급대상자, 장애인 가족에 겨울 이불 100채를 기부해 난방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또 성남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예가원에는 청소기, 치약, 수건, 칫솔 등 약 2백50만 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지원해 일상 돌봄 환경 개선을 도왔다.  

 

유한양행은 제약사 본업과 연계해 아동 위생 교육 콘텐츠 제공에 나섰다. 임직원이 참여한 아동위생교육 팝업북 나눔상자 만들기 봉사활동을 통해 위생 교육 책자와 위생용품을 구성한 상자를 제작했고, 이를 병원학교 환아 1천명을 대상으로 전국 5개 병원에 보급한다. 감염에 취약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손 씻기와 위생 관념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감염 예방과 건강 습관 형성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그룹은 연중 지속형 봉사 포트폴리오를 운영했다. 올해에만 임직원 1천30명이 사회봉사 현장 115곳에서 총 3천여 시간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45년째 이어온 장기 공익 캠페인 사랑의 헌혈, 쪽방촌 주민 대상 동행목욕탕 사업, 도시 환경·생태를 결합한 BEE-Happy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하다. 혈액 수급 안정과 주거 취약계층 지원, 도시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겨냥한 ESG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회공헌이 기부 중심 일회성 이벤트에서, 임직원 참여·지역 연계·보건 교육 등 다층적 구조로 발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 겨울나기 지원은 물론, 기후위기·공중보건·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늘면서 ESG 경영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중장기 사업 전략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연말 활동이 계절성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바이오헬스 기업의 정체성을 살린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gc녹십자#대원제약#유한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