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선방 속 조정기”…울산 11월 무역흑자 유지→완성차·이차전지에 기대
울산 지역 11월 수출이 주요 주력 품목의 동반 약세로 1년 전보다 5.7% 줄어든 가운데, 자동차 산업이 감소 폭을 완화하며 지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가 발표한 2025년 11월 울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억8천500만달러 감소한 63억8천300만달러를 기록해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중장기적으로 주력 산업의 체질 전환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울산 수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22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0.3%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요 둔화로 해당 지역 수출이 후퇴했으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 시장으로의 물량이 늘면서 전체 실적이 사실상 보합권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내연기관 중심의 과거 구조에서 친환경차 비중이 가파르게 확대되는 흐름이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계에는 구조 전환의 필요성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공존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반면 석유제품은 정유사의 정기 보수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물량 축소로 직결되며 21.7% 급감한 13억6천만달러에 머물렀다. 글로벌 수요의 방향성보다 설비 운전 일정에 따른 공급 측 요인이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제품 역시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국제 유가 약세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6억9천만달러로 13.9% 감소했다. 이는 울산 산업 구조에서 여전히 비중이 큰 석유·화학 계열의 수익성이 가격 주도권 약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선박류 수출은 3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 줄어들었다. 한동안 수주 호조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출 실적은 계약 시점이 아닌 인도 일정에 따라 반영되는 특성 탓에, 특정 월에는 물량 공백에 가까운 변동성이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당초 예정된 인도 스케줄이 11월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배치되면서 통계상 급감세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별 수출 흐름을 보면, 미국은 자동차 부문 조정에도 불구하고 건전지와 축전지, 석유제품, 동제품 수출이 선전하며 3.8% 증가한 18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따른 에너지 저장 수요가 이차전지 관련 품목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중국 수출은 8.8% 감소한 6억9천만달러, 일본 수출은 22.8% 줄어든 3억9천만달러에 그쳐, 동북아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의 판매가 동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입 측면에서 울산의 11월 수입액은 동광과 기타 금속광물 등의 유입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9.3% 증가한 36억4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 생산을 위한 원자재 확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도입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일부 업종은 향후 수출 회복 국면을 대비해 재고와 생산 능력을 조정하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날 기준 울산의 11월 무역수지는 27억3천8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수출이 감소했음에도 높은 흑자 폭을 유지한 것은 수입 구조가 여전히 중간재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고부가 가치 완성품 수출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석유·석유화학·선박 등 전통 3대 축의 동반 약세가 통계에 본격 반영되면서, 미래 성장 축인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이차전지 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로의 이행 속도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성예솔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 과장은 주요 품목 수출이 일제히 감소한 상황에서도 최대 품목인 자동차가 유럽 등지에서 선전하며 전체 수출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성 과장은 연말까지 선박, 자동차, 이차전지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흐름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 고금리·고비용 체제 등 구조적 변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울산이 기존 정유·석유화학·조선 중심의 중후장대 산업 기반에 전동화·전지 중심의 신성장 축을 균형 있게 결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지역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