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 지연에 2.30% 약세…한미반도체, 수출 둔화 우려에 매물 출회
2025년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한미반도체 주가가 2%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차세대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지연과 최근 수출 데이터 둔화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신제품 일정과 수출 회복 시점이 확인되기 전까지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가 실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30% 떨어진 12만 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6일 장중 13만 4,100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3거래일 연속 조정을 받으며 13만 원 선이 무너졌다. 같은 날 코스피 내 주요 반도체 대형주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거래량은 약 156만 주로, 하락 구간에서 거래가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단순 차익 실현을 넘어 신제품 출시 일정 조정과 수출 급감 우려에 따른 실망 매물이 동반 출회된 것으로 해석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12만 원 초반 박스권 상단을 뚫었던 상승 추세가 13만 원 중반 매물벽에 부딪힌 뒤 상단이 낮아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이탈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외국인은 12월 29일 46만 주, 30일 25만 주를 순매도했다. 12월 중반 이후 외국인 보유율이 6.7%에서 5.9%대로 낮아지며, 글로벌 자금이 단기적으로 동사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는 흐름이 포착됐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창구를 중심으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경영진 자사주 매입 효과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곽동신 회장은 30일 장내에서 자사주 4만 7,715주를 매입해 약 62억 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곽 회장의 지분율은 33.56%로 올라갔다. 시장에서는 경영진의 대규모 매입이 중장기 성장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면서도, 단기 업황 둔화와 신제품 지연 리스크를 상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가장 큰 요인은 미래 성장 스토리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뉴데일리를 포함한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핵심 장비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기대하던 2026년 상반기 실적 기여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성장 모멘텀의 시간표에 의문부호가 달린 상황이다.
여기에 주력 제품인 TC본더의 최근 수출 데이터가 급감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문 시기가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되지만,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브리드 본더와 TC본더 모두 HBM 공급망 확대의 핵심 장비인 만큼, 고객사 투자 계획과 연동된 수주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중장기 성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제품별 매출 유형 분석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2022년과 2023년 0%에서 2024년 41.27%로 급증했다. 사실상 내수 중심 장비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 진행 중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HBM 시장에서 TC본더 점유율이 71.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가 실적 레버리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
같은 날 동종 업계 대형 제조사 주가와의 괴리도 부각됐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는 1.72% 상승, 삼성전자는 0.33%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가 재차 부각되는 가운데, 장비주는 실적 후행성과 개별 이슈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는 양상이다. 한미반도체가 2.30% 떨어지며 섹터 내에서 디커플링 양상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장비주 특유의 리스크도 함께 주목한다. 특정 고객사 의존도와 기술 경쟁 심화, 후발 경쟁사 진입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경쟁사인 한화세미텍 등 신규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미반도체가 공정 기술 우위와 납기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적 전망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가리킨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은 2024년 2,554억 원에서 2025년 3,004억 원, 2026년 4,915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47% 안팎의 고마진 구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주가는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 50.9배 수준으로, 단기 지표만 놓고 보면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026년 이후 이익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구조적 성장 국면, 이른바 J커브 초입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병존한다.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곽동신 회장의 자사주 매입 평균 단가인 12만 9,910원이 중요한 기준선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대를 경영진이 인식하는 적정 가치이자 심리적 지지선으로 주목한다. 향후 주가가 해당 수준을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수급 회복과 평가 부담 완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공매도 동향이다. 12월 기준 한미반도체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323억 원을 웃돌며 코스피 상위권에 올랐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 특성상 주가 반등 시 공매도 세력의 매수 환매가 단기 상승 탄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반등 구간마다 매물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공존한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우호적인 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한미반도체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목표주가를 17만 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 주가와 비교하면 약 33%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계산이다.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일정 조정이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AI 서버와 HBM 중심의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동사의 핵심 장비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 관점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제품 출시 로드맵이 명확히 제시되고, 2025년 1분기 이후 TC본더 수출 데이터가 반등 신호를 보여주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수급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12만 원 중반 가격대에서 지지력이 검증되는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향후 한미반도체 주가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투자 사이클, AI 수요 추이, 고객사 설비투자 계획과 맞물려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예정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계획 발표와 분기 실적에서 관련 방향성이 드러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