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공도서관 짓다 숨진 4명”…광주대표도서관 붕괴로 본 반복되는 건설 현장 참사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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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노동자 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구조 작업이 사흘간 이어졌으나, 생존자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사고는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옥상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던 중 구조물이 붕괴되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 4명이 잔해에 매몰됐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매몰된 노동자 전원 사망(사진: 뉴시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매몰된 노동자 전원 사망(사진: 뉴시스)

첫 번째 매몰자 A씨(40대)는 사고 발생 약 20여 분 뒤인 11일 오후 2시19분께 발견됐다. 구조대는 잔해물 제거 작업을 거쳐 같은 날 오후 2시52분께 A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내렸다.

 

이어 오후 3시53분께 두 번째 매몰자 B씨(70대)가 추가로 발견됐다. 그러나 현장에는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물이 뒤엉켜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고, 구조대는 4시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이날 오후 8시14분께 B씨를 구조했다. B씨 역시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추가 붕괴와 2차 사고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구조 당국은 12일 오전 9시께 수색·구조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잔해 안정화와 현장 안전 확보에 나섰다. 이후 안전 조치가 마무리되자 13일 0시를 기해 구조대를 다시 투입했다.

 

재개된 수색에서 구조대는 투입 1시간여 만인 13일 오전 1시3분께 세 번째 매몰자 C씨(60대)를 발견했다. C씨는 오전 1시33분께 수습됐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마지막 매몰자 D씨(50대)는 같은 날 오전 11시20분께 지하 1층 부근에서 발견됐고, 낮 12시28분께 시신이 수습되면서 매몰된 노동자 4명 모두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은 광주 서구 상무지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 1만200㎡에 건립 중인 공공도서관이다. 연면적은 1만1286㎡ 규모이며, 지하 2층·지상 2층으로 설계됐다. 총사업비는 당초 392억원(국비 157억원·시비 235억원)이었으나, 자재비 상승과 공기 지연 등의 이유로 현재는 516억원(국비 157억원·시비 359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대형 공공사업 현장에서 인명 피해를 낳은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 과정의 안전 관리와 구조적 설계·시공상의 문제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거푸집과 지지 구조물이 설치·관리됐는지, 안전 점검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장 구조 작업에 참여한 당국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구조대 안전 확보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구조 과정에서의 혼선과 구조 중단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인명 구조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경찰, 소방, 관계 전문가와 함께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콘크리트 타설 공정 관리, 작업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 공사 일정과 비용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를 놓고 포괄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공공도서관 건립 과정에서조차 노동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건설 현장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과 현장 감독 강화 요구도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과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붕괴 원인과 안전 관리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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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표도서관#광주서구치평동#콘크리트타설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