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발언 있었다 vs 없다”…오세훈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23일 첫 재판
정권 핵심을 겨냥한 특별검사 수사와 야권의 공세가 겹치며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재판이 이달 본격 개시된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특검이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만큼, 첫 재판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조형우 부장판사는 9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23일 오후 2시에 진행하기로 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쟁점 정리와 증거 계획을 듣고 본격 심리 방향을 조율할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오 시장이 법정에 직접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진행해 기소로 이어졌다. 김건희특검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총 10차례 받은 뒤, 그 비용을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대신 지급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러한 행위가 정치자금법상 금지된 제3자 비용 부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오 시장을 재판에 넘겼다.
같은 혐의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오 시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강 전 부시장과 김씨는 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과 명씨 사이에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수사선상에 올랐다. 세 사람은 모두 같은 재판부에서 병합 심리를 받게 됐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씨는 보궐선거 국면에서 오 시장과 총 7차례 만났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언론을 통해 거듭 주장하며, 자신이 수행한 여론조사가 오 시장 측 전략 수립에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당시 선거 캠프와 명씨 간 협력 관계가 존재했다고 보고 범죄 혐의를 구성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명씨 주장 전반을 거세게 부인해왔다. 오 시장 측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고 결과를 받아본 사실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개별 후원자의 행위일 뿐, 오 시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명태균씨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오 시장 측은 선거를 앞두고 캠프 측이 명씨를 접촉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조사 방식과 자료를 검토한 뒤 부정 여론조사 기법이 사용된다고 판단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한다. 명씨의 주장과 특검 공소사실 전반에 대해 법정에서 정면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재판이 김건희특검 수사의 향후 흐름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현직 서울시장이 법정에 서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라는 기류가 감지되며,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 따라 서울 시정 운영과 총선 이후 정국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은 특검 기소를 계기로 여권 핵심부의 선거 과정 불법 의혹을 확대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은 2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쟁점과 증거 채택 범위를 가른 뒤 정식 공판기일을 연달아 지정할 계획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과 여론조사 비용 부담의 성격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 사건 재판 경과를 예의주시하며 각자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고, 법원은 공판준비를 마치는 대로 본안 심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