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왜곡죄 신설”…민주당 주도 법사소위 통과, 여야 정면 충돌
내란·사법 책임을 둘러싼 정쟁이 다시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 확대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을 앞두고 회의장을 떠나며 강력 반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과 형법 개정안 법왜곡죄 신설, 공수처 설치·운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 형식으로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특별법 정식 명칭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대한 특별법안이다.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사건 수사를 둘러싼 논란과 후속 재판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을 전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내란재판에 대해 국민이 불신하고 있고,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불공정하다는 점에서 국민 분노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하루빨리 12·3 불법 비상계엄·내란 사태를 종결하기 위해 국회의 권한을 행사해 전담재판부법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1심과 항소심인 2심에 모두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했다. 내란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영장 발부를 담당하는 내란전담영장판사 임명 규정도 새로 두기로 했다. 사건의 성격과 파급력을 고려해 1·2심 단계 전 과정에 특화된 재판부와 영장 담당을 지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피고인의 구속기간도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강화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구속기간을 최장 6개월로 규정하고 있으나, 특별법은 내란 및 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대형 사건의 공판 진행에 시간적 여유를 주되, 인권 침해 소지가 불거질 수 있는 조항이어서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김용민 소위원장은 "내란범들의 구속기간이 곧 만료되는 것 아니냐고 국민께서 걱정을 많이 한다. 내란 우두머리가 풀려나는 것 아니냐고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시기도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왔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 사건 피고인들의 석방 가능성에 대한 여론의 불안을 입법 사유로 제시한 것이다.
법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판사와 검사, 그 밖에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해 법을 왜곡 적용한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사법농단·검찰권 남용 논란이 반복된 데 대한 정치권의 제도적 대응이지만, 사법 독립과 재판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를 전망이다.
공수처 설치·운영법 개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 범위를 크게 넓혔다. 현행 공수처법은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한해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직무 관련성을 넘어 모든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고위공직자 및 가족의 전면적인 형사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관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소위 표결을 앞두고 집단 이석하며 처리 과정에 항의했다. 여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특정 인물을 겨냥한 사법 보복이며, 법왜곡죄와 공수처법 개정은 사법부와 검찰, 수사기관을 정치권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날 소위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세부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태의 엄중성과 사법 불신을 거론하며 강행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내란 사건 전담체계 구축과 사법 책임성 제고,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강화가 권력형 범죄의 재발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논리다. 여야의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본회의 처리 국면까지 격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소위원장은 "오늘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법에 대해서는 조만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이후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국회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공수처 수사권 확대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며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