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 달 새 6억4,000만달러 유입”…미 리플XRP 현물 ETF, 기관 신뢰 속 규제 리스크 여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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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말, 미국(USA) 증시에 상장된 4개의 리플 XRP(엑스알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첫 달 동안 약 6억4,000만달러(약 8,871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ETF 설정 이후 단기간에 자금이 몰리면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전통 금융권의 수용 확대 흐름이 재확인됐지만, 규제와 소송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플 XRP 현물 ETF는 상장 이후 총 순자산 6억7,000만달러(약 9,287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리플 XRP 전체 시가총액의 약 0.50% 수준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리플 XRP를 일정 부분 독립적인 자산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현지 시간으로 이들 ETF는 출시 직후부터 꾸준한 자금 유입세를 보이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권 진입 경로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플 XRP 현물 ETF 상장 한 달 만에 6억 4,000만 달러 유입, 기관 신뢰 급증
리플 XRP 현물 ETF 상장 한 달 만에 6억 4,000만 달러 유입, 기관 신뢰 급증

리플 XRP 현물 ETF는 투자자가 개인 지갑의 프라이빗 키를 직접 관리하거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도 리플 XRP 가격에 직접 연동되는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다. 전통 증권 계좌를 통해 매매가 가능해 접근성이 높고, 규제 감독 아래 운용된다는 점, 전문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 상대적으로 높은 유동성과 편리한 거래 환경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이 같은 장점이 그동안 암호화폐 직접 매수에 부담을 느꼈던 기관과 보수적 투자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성과를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읽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BTC)과 일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현물 ETF를 허용한 흐름 속에서, 리플 XRP 또한 규제 채널을 거친 투자 수단으로 투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 암호화폐 기반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며,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를 점검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ETF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도 리플 XRP 현물 ETF에 우호적인 여건을 제공했다.

 

다만 초기에 유입된 6억4,000만달러가 곧바로 리플 XRP 가격의 중장기적인 상승을 보장하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현재 규모는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단기 자금 유입이 추후 이탈로 전환될 경우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리플 XRP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적 공방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판결이나 규제 해석에 따라 시장 심리가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구조다.

 

SEC와의 소송 결과는 리플 XRP 현물 ETF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만약 규제 당국의 해석이 리플 XRP에 불리하게 흐를 경우, ETF 운용사들은 상품 구조 조정이나 상장 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대규모 환매와 매도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리플 XRP를 둘러싼 규제 프리미엄이 줄어들며 장기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거시경제 환경 역시 ETF 성과에 중요한 배경 변수로 지목된다. 글로벌 금리 수준, 위험자산 선호도,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유동성 흐름에 따라 ETF로 유입된 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ETF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초기 성과만을 근거로 장기적인 안정성을 단정할 경우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발표, 해킹 사고, 주요 국가의 정책 변화 등 비가격 요인에 의한 급격한 방향 전환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리플 XRP 현물 ETF의 출시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규제 감독을 받는 상품 구조로 설계된 만큼, 기관과 고액 자산가들이 합법적이고 투명한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에 노출될 수 있는 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흐름이 향후 다른 알트코인 기반 ETF나 파생 상품 출시에 촉매제로 작용해, 암호화폐를 기초로 한 다양한 금융상품 생태계가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비트코인에 이어 리플 XRP까지 현물 ETF라는 형식을 통해 제도권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프레임을 어떻게 정교화하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ETF 승인과 기관 자금 유입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국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혁신 촉진 사이 균형점을 모색하는 동시에, 자본시장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자산군을 포용할 규범 정립에 나서고 있다.

 

향후 리플 XRP 현물 ETF의 성패는 규제 환경의 안정화와 기관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인 자금 유입 성과가 구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 SEC 소송과 시장 변동성이라는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리플 XRP 현물 ETF가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 사이의 가교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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