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546만원씩 20년”…연금복권 720, 숫자가 만든 두 번째 월급의 꿈
요즘 ‘월급이 한 줄 더 생기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일확천금을 노리는 목요일 밤이었다면, 지금은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인 연금 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날이 됐다. 사소한 번호 조합 같지만, 그 속엔 조금은 덜 불안해지고 싶은 삶의 바람이 담겨 있다.
동행복권이 발표한 연금복권 720 292회 1등 당첨번호는 4조 9 7 1 6 3 0이다. 이 번호를 가진 1등 당첨자는 매달 7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 형식으로 돈을 받는다. 세금을 22% 제하고 손에 쥐는 금액은 매달 546만원이다. 직장인 월급과 나란히 찍히는 두 번째 월급 통장이 되는 셈이라 사람들의 상상도 함께 커진다.

2등 당첨번호는 조만 다르고 6자리 숫자가 모두 같은 각조 9 7 1 6 3 0이다. 2등에 당첨되면 월 100만원을 10년 동안 연금 형식으로 받게 되고, 세금을 제한 실수령액은 월 78만원이다. 한 달에 고정으로 들어오는 생활비라고 생각하면 체감이 더 크다. 마찬가지로 각조 1 4 0 6 9 3인 보너스 번호도 월 100만원씩 10년간 지급되며, 실수령액은 2등과 동일하게 월 78만원이다.
목돈을 바로 쥐는 사람들도 있다. 3등 당첨번호는 1등 번호 기준으로 뒷 5자리가 같은 7 1 6 3 0이다. 여기에 해당하면 100만원을 받는다. 4등은 뒷 4자리 1 6 3 0에 10만원, 5등은 6 3 0에 5만원이 돌아간다. 6등은 3 0에 5000원, 7등은 끝자리 0만 맞아도 1000원을 받을 수 있다. 연금식 고액 당첨부터 소소한 위로금까지 여러 단계로 나누어진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등수별 중복 당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같은 회차에서 여러 구간에 걸쳐 번호가 겹치면 해당되는 당첨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당첨자들은 번호표를 여러 번 들여다보며 ‘겹치는 기쁨’을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한 장으로도 월급과 보너스를 함께 받는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 확률은 1/5,000,000로, 로또 6/45의 1/8,145,060에 비해 약 1.6배 높다. 당첨 확률이 높다고 해서 쉽게 맞는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가까운 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연금형 복권을 찾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번에 큰 금액을 노리기보다, 오랫동안 나눠 받는 방식에 마음이 움직이는 시대다.
복권 판매 현장과 온라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쇄복권 판매점에는 평일 저녁마다 “이번엔 연금으로 가볼까 한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늘었고,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는 당회차 구매와 예약 구매 서비스를 이용해 매주 자동으로 연금복권 720을 사두는 이용자들이 눈에 띈다. 반복되는 월급날 사이사이에 ‘언젠가 바뀔지 모를 달력’을 기대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불안한 시대의 장기 안심 상품을 향한 열망”이라고 읽는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프리랜서, 은퇴를 앞둔 직장인, 아직 자산을 쌓지 못한 청년들 사이에서 “한 번 맞으면 최소한의 생활은 걱정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바람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누군가는 집 대출 상환을, 누군가는 부모님 용돈을, 또 다른 누군가는 ‘퇴사 후 2막 준비자금’을 상상하며 연금복권 번호를 고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에도 7등이지만 커피값 벌었다고 위로한다”, “당첨금으로 한 달 통신비라도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이어진다. 실제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매주 목요일 저녁을 작은 이벤트처럼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당첨 번호를 확인하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통장 잔고 대신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당첨 이후의 시간도 중요하다. 당첨금 지급 기한은 개시일로부터 1년이고, 이 기간을 넘기면 당첨금은 복권기금으로 돌아간다. 5만원 이하는 복권판매점, 5만원을 초과하는 일반 당첨금은 농협은행 전국 지점에서 받을 수 있다. 연금식 당첨금은 동행복권의 당첨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매달 지급이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의 현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령 방식과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자기 관리다.
연금복권 720의 당첨번호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5분에 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공개된다. 짧은 추첨 생방송을 둘러싸고, 각자의 방과 거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조용한 기대와 아쉬움이 동시에 오간다. 오늘 맞지 않았다면, 또 다른 목요일을 기약하는 메시지들이 온라인을 채운다.
어쩌면 연금복권을 산다는 행위는 막연한 행운을 기다리는 일이라기보다, 언젠가 불안이 조금 덜한 내일을 상상하는 작은 의식일지 모른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를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따뜻한 소원을 품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