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결합 심사 착수…공정위, 네이버 두나무 제동 변수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네이버 계열 간 결합이 금융 플랫폼 지형을 바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업결합 신고를 공식 접수하면서, 거대 플랫폼 주도의 디지털 금융·투자 생태계 재편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심사 과정이 향후 빅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의 결합 규범을 가를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28일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하고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 모두 국내 디지털 경제를 대표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한 만큼, 결합 이후 디지털 생태계 전반의 지배력 확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특히 검색과 커머스,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에 가상자산 거래 및 수탁 기능이 결합될 경우 사실상 초대형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등장하는 구조라는 점이 심사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밝힌 심사 초점은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영향이다. 우선 간편결제와 온라인 커머스, 디지털 금융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 계열이,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품을 경우 데이터 결합과 교차 마케팅을 통해 신규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이 온라인 결제, 투자 중개, 자산 관리 등 인접 시장에서 독과점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거래 규모와 이용자 수, 데이터 활용 범위 등 정량·정성 지표를 통해 따질 계획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간편결제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반 자산 거래 인프라의 통합이 핵심 쟁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결제·신용평가 시스템과 두나무의 실시간 주문 매칭 엔진, 디지털 자산 지갑 기술이 결합할 경우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 포인트와 토큰 연동 리워드, 온체인 자산 기반 투자 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 구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카드사와 은행, 증권사가 기능별로 분리됐지만, 플랫폼 결합 이후에는 하나의 앱에서 결제와 예치, 투자, 가상자산 교환이 연동되는 수직 통합 구조가 구현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식과 교환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추진된다. 네이버 이사회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승인했고, 양사 이사회 역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1주당 두나무 보통주 2.5422618주가 배정되는 구조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금융·투자·가상자산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자체 생태계 내에서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락인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 결합이 디지털 금융 경쟁 구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 간편결제 사업자와 증권·은행 등 전통 금융사는 이미 주식·채권, 펀드, 해외주식에 이어 가상자산으로 상품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을 경우 결제부터 투자, 가상자산 거래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출시가 속도를 낼 수 있어, 경쟁사들 역시 유사한 제휴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규제 리스크를 의식해 빅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 간 결합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글로벌로 보면 빅테크와 디지털 자산 사업자의 결합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부 핀테크 기업이 비트코인 결제와 투자, 커스터디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대형 플랫폼과 대형 거래소의 본격적인 수직 결합에 대해서는 각국 경쟁당국과 금융당국이 데이터 독점, 이해상충, 투자자 보호 문제를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추세다. 공정위 역시 국내 금융당국과 협의를 확대하며, 경쟁정책과 금융규제의 접점을 고려한 복합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공정위 심사와 별개로 금융당국의 규율 틀과도 맞물릴 전망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강화하는 법안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빅테크가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를 직접 거느리게 되면 시스템 리스크 관리 체계, 내부통제, 광고·리워드 설계 등에서 별도의 규제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플랫폼이 투자 성격의 가상자산 상품을 결제와 연동해 판매할 경우, 기존 금융투자상품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사가 단순한 한 건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어,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 구조와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경로를 규정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의 혁신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과, 플랫폼 집중이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고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구도다. 산업계는 공정위가 어떤 조건과 전제 아래 결합을 허용하거나 제한할지에 따라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의 전략 방향이 크게 갈릴 수 있다며, 이번 결합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