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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선도 분당서울대병원 국가 상호운용성 키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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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전자의무기록과 처방 정보, 검사 결과 등 의료데이터를 국가 표준에 맞춰 정렬해야 병원과 기관, 기업 간 데이터 연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표준의 정착을 향후 의료 AI, 정밀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확산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가정의학과 정세영 교수가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를 선도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시상은 지난 26일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5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성과교류회에서 진행됐다.  

정세영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이자 최고정보책임자로서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정책을 실제 진료 시스템에 반영하고 확산하는 작업을 주도해 왔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보건의료 데이터표준 선도병원 사업에서 총괄책임자를 맡아 데이터 표준의 임상 적용과 검증을 이끈 점이 높게 평가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의료 데이터표준 선도병원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표준 현장실증 및 확산을 위한 표준선도기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 사업에서 진료 용어와 코드, 데이터 전송 구조 등 보건의료데이터 용어 및 전송 표준을 실제 진료과정에 적용해 적합성과 활용성을 검증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국가 보건의료표준으로 제정이 진행 중인 KR CDI와 KR Core를 실제 병원 정보시스템에 연동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KR CDI는 임상 데이터 요소를 표준화해 진단명, 처방, 검사 항목을 통일된 구조로 표현하는 임상데이터 사전이며, KR Core는 의료데이터를 연동할 때 공통으로 사용하는 코어 데이터셋과 구조를 정의한 규격이다. 정 교수는 이들 표준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진료 지원 시스템에 접목해 데이터 구조를 통일하고 재사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또 의료기관, 국가기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의료데이터 교류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국가 기술 규격을 현실 환경에서 실증했다. 병원 간 진료기록 공유, 공공기관의 데이터 수집, 기업의 연구용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표준 구조가 실제로 호환되는지 검증하고, 데이터 매핑 오류나 누락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상호운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전송 포맷, 메타데이터 설계, 인터페이스 구조 개선 방향도 도출했다.  

 

이와 같은 실증 결과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의료데이터 국가표준의 기술 토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이던 용어 체계와 코드, 데이터 구조를 단일 표준으로 수렴해야만 전국 단위 진료정보 교류,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민간 헬스케어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도병원 사업이 이후 데이터 중심병원 고도화와 의료 마이데이터 연계 서비스에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정세영 교수의 역할이 컸다. 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표준화 추진위원회 산하 워킹그룹 실무 위원으로 참여해 표준의 구조 설계와 단계별 도입 전략 수립을 도왔다. 병원 현장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위원회 논의에 반영해 진료 현실에 맞는 데이터 필드 구성, 코드 체계 정비, 운영 가이드라인 개선 등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데이터 표준이 환자와 의료진의 체감 효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가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고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표준화된 약물 알레르기 정보와 투약 이력 공유 체계가 대표적인 사례로, 응급상황에서 중복 처방이나 알레르기 유발 약제 투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실제 정 교수는 2024년 환자중심 약물알레르기 진료정보 공유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 이런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병원과 의원 간에 환자의 약물 알레르기 정보가 통일된 구조와 코드로 교환되도록 설계해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모델을 시험 중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수행한 헬스케어 소비자 중심 의료정보교류 시나리오 및 정책적 보안체계 설계와 임상적용 및 검증 사업에서도 환자가 주체가 되는 데이터 이동 구조와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함께 설계했다.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진료정보교류 사업에 참여해 병원 간 진료기록을 교환하는 기반 시스템 구축에 힘썼다. 당시 사업은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을 최소한의 공통 포맷으로 맞추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후 국가표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위 수준의 통합 규격 수립으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이런 연속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체계가 초기 진료정보교류 단계에서 국가표준 기반 구조로 발전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데이터 표준이 정착되면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 진단 보조, 정밀의료 분석 플랫폼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개발 비용을 줄이고,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표준화된 구조 위에서 AI 모델을 학습하면 병원별 편차가 줄어들고, 알고리즘 검증도 용이해진다. 반대로 표준 없이 개별 기관 중심으로 시스템이 확산되면 상호연동이 어려워져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전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같은 선도병원에서의 실증 결과는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개인정보보호 관련 기관이 마련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와 가이드라인에도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질환, 같은 검사라도 병원마다 다른 코드와 서식이 존재하는 현실을 국가표준으로 조정해야 의료 마이데이터, 공공 빅데이터, 상용 AI 의료기기의 품질 기준을 일관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영 교수는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의료 현장과 산업계에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가 표준의 현장 정착이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뿐 아니라 의료 AI, 디지털 치료제, 환자 참여형 서비스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와 협력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으로 상징되는 데이터 표준화 노력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만큼 빠르게 확산될지 지켜보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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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교수#분당서울대병원#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