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년, 최악 고비 넘어”…김민석 총리, 경제·외교 안정 국면 강조

정치·안보 격랑과 맞물린 비상계엄 1년을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하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의 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태계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1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합리화 현장대화에서 “계엄으로 온 국민이 깜짝 놀란 지도 어느새 한 해가 됐는데 최악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 소비심리, 주가 등 주요 지표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비상계엄 이후 국정 전반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 총리는 안도감을 경계했다. 그는 “여전히 경제가 쉽지 않아서 긴장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할 때”라며 “숫자에 있어서나 고용에 있어서나 중소기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기와 함께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경제지표 개선 흐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소기업 현장 의견을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특히 규제 문제를 경제 체질 개선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경제를 바로 뛰게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중견기업의 생태계를 어떻게 잘 움직이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그것의 핵심이 규제 문제”라며 “책임감을 갖고 저도 소통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규제 개혁, 혁신, 합리화라는 표현을 쓰는 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말고 계속하라는 말씀을 아주 중하게 듣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리는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비상계엄 1년을 돌아보며 안보·외교 환경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축사에서 “1년 전 다들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있지 않았나”라며 “지금 국민이 생각하실 때나 해외에서 세계인이 볼 때도 대한민국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비를 넘어갔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총리는 외교·통상 현안을 거론하며 안보 위기 국면에서의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외교관계에 있어 정상회담도 정리가 됐고, 한미협상의 틀도 정리됐고,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APEC 정상회의도 잘 마쳤다”며 “일단 저희가 숨 쉬고 뛸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상외교 복원과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활동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을 거론하며 기업과 정부의 공조를 부각했다. 김 총리는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고비인 한미 관세협상의 파고를 넘기는 과정에서 기업인들과 대화·협력이 결정적이었다고 대통령께서 생각하시고 우리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국내 성장 전략과 관련해서는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 총리는 “이제 우리나라는 모든 부분에서 대기업 몇 군데가 끌고 가는 단계가 아닌 생태계가 중요한 단계가 됐다”며 “중견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의 문제로 정책의 영점 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구조로 정책 초점을 옮기겠다는 신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총리의 발언을 두고 비상계엄 1년을 기점으로 한 국정 기조 재정비이자,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규제 합리화와 통상 리스크 관리,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라는 세 축을 통해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향후 중소기업 규제 합리화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한미 협상과 주요 정상외교 일정을 연계해 경제·외교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비상계엄 1년 국면에 대한 평가와 함께 경제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추가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