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모두 접근했다" 통일교 의혹 윤영호, 권성동 재판 증인석에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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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통일교를 둘러싼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다시 법정에 선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했다는 법정 발언 이후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윤 전 본부장이 이번에는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12일 통일교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3차 공판을 열고 윤 전 본부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자금 1억원을 권 의원 측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서 사실상 전달 창구이자 로비 통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정을 통해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접근했다고 진술해 여야를 동시에 흔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논란이 불거진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권 의원 사건 2차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다시 소환을 결정하면서, 그는 같은 사건 법정에 두 번째로 서게 됐다.

 

윤 전 본부장 본인도 별도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22년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관련 현안 해결을 청탁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사건 1심 선고는 내달 28일 예정돼 있다.

 

이와 별개로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말 민중기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 인사 5명에게 통일교 차원에서 금품을 줬거나 접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큰 파장을 낳았다. 여야를 겨냥한 폭로성 진술이 확인되면서 정치권 전반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특검 수사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수위를 높였다.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는데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누락했다"고 말하며 민중기 특검팀을 겨냥했다. 이 발언 이후 특검 수사가 여권에 치우쳤다는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권성동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다"며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 했다"고 강조했다. 또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주장하면서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현직 장관급 인사까지 접촉 대상에 포함됐다는 진술이 나오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윤 전 본부장이 언제, 어느 선까지 실명을 거론할지에 맞춰져 있다. 그는 애초 지난 10일 열린 자신의 결심공판에서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한 추가 폭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작 최후진술에서는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법정 밖에서 커진 기대와 달리 침묵을 택하면서, 수사 및 재판 전략 차원에서 발언 시점을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증인석에 앉는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 재판에서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여야 정치인 실명, 구체적인 접촉 경로, 금품 제공 여부 등까지 밝힐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전처럼 진술을 거부하거나 모호한 답변에 그칠 경우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실체 규명은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 수사에 이어 경찰 국가수사본부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 놓였다.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윤 전 본부장을 찾아가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 범위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권성동 의원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교인과 조직을 동원해 선거를 지원하는 대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통일교 관련 현안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을 둘러싼 정치적 파급력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통일교 자금과 정치권의 연결고리가 어디까지 드러나느냐에 따라 여야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영호 진술의 수위와 방향이 향후 수사와 정국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법원은 권성동 의원 사건을 중심으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며, 국가수사본부와 검찰,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통일교 관련 정치자금 규명 요구와 책임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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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권성동#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