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품도 디지털로 지킨다”…中 금관 훼손 논란이 남긴 과제
중국 베이징 무료 전시회에서 수공예 혼례용 금관이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떨어져 훼손된 사건이 문화자산 보존 방식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전시는 인플루언서 장카이이와 금관을 제작한 디자이너 남편이 기획한 행사로, 유일한 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개방했다. 장카이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보상 요구보다는 작품 손상 평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설명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책임과 배상 범위를 두고 논쟁이 확산됐다. 보험으로 경제적 손실은 일정 부분 보전된다 해도, 수공예 금 장신구는 공임만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어 실물 원본의 물리적 손상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고가 예술품과 문화자산을 실물 중심으로만 전시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박물관과 갤러리에서는 3차원 스캐닝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작품의 정밀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물을 고해상도 데이터로 정밀 복제하는 기술로, 훼손이나 분실 시 원형을 비교적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게 한다. 유물 표면의 미세한 패턴과 재질감을 기록하는 광학식 3D 스캔과 X선 기반 구조 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금관처럼 복잡한 장신구 구조도 디지털 상에서 거의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다.
전시 환경 관리 역시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관람객 동선을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으로 모니터링해 위험 행동을 조기에 감지하고, 전시 케이스에는 충격 센서와 기울기 센서를 부착해 미세한 흔들림도 즉시 알림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유리 진열장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보호 덮개가 빠졌던 이번 사례는, 단순 물리적 진열 대신 센서 네트워크와 경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전시 인프라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비접촉식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를 통해 관람객이 가상 금관을 자유롭게 회전시키고 확대해보는 방식으로 체험을 확장하면, 실물에 직접 손이 가는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이미 유사한 사고를 겪으며 디지털 보존 전략을 고도화해 왔다. 유럽과 북미 기관들은 고가 조각과 장신구에 대해 3D 데이터와 재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일부는 3D 프린팅 기술로 교육용 레플리카를 제작해 관람객 체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도 대형 박물관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소규모 민간 전시와 개인 작품 영역까지 체계가 확장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무료 전시, 1점 한정 수공예, 대중 개방이라는 조건이 겹친 이번 사건은 디지털 보존과 안전 인프라를 민간 전시 생태계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 계기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보험 가입만으로는 유일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피해 배상 논쟁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전시 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 구축과 안전 센서 도입, 관람객 밀집도 예측 등 기술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화예술과 IT 기술 융합이 단순한 전시 연출을 넘어, 원본 보존과 책임 분쟁 완화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산업계와 문화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