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력 자산관리 시장 9조원 전망”…대한전선, AI 솔루션·해저케이블 수혜로 재평가 부각

조민석 기자
입력

인공지능 기반 전력 자산관리 솔루션 개발과 해저케이블 공급망 안정화 선도사업자 선정이 맞물리며 대한전선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전선 관련주의 구조적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사업 성과가 본격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장중 대한전선 주가는 22,95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6.50%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이날 6%대 강세를 통해 단기 반등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장중 고가도 22,950원까지 올라 기술적 저항 구간 돌파를 시도하고 있으며, 단기 이동평균선이 다시 정배열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징주 분석] 전력 솔루션 고도화… 대한전선 전선관련주 성장세 강화
[특징주 분석] 전력 솔루션 고도화… 대한전선 전선관련주 성장세 강화

중장기 흐름을 보면 최근 6개월 사이 주가는 저점 10,000원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52주 최고가 28,65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회복 여지가 남아있어 상승과 조정이 혼재된 구간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수급 요인과 함께 신사업 기대에 따른 추세 전환 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가 모멘텀을 이끈 재료는 효성중공업과의 기술 협력이다. 대한전선은 효성중공업의 AI 기반 자산관리 시스템 아머 플러스에 자사의 실시간 케이블 진단·모니터링 시스템 PDCMS를 결합한 통합 전력 솔루션 개발을 마쳤다. 변전소 내 주요 전력 설비와 케이블을 한 번에 진단·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유지보수 효율과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전력 자산관리 시장 규모가 2029년 약 9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협업이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책 수혜 기대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분야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로 정부 지정을 받으면서 전선 업계 최초로 관련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재정·세제 등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국가 기간산업 분야의 안정적인 공급역량을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대 요인으로 해석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차별화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1일 기준 외국인은 약 11만 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반면, 기관은 같은 날 약 11만 주를 순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1주일간 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꾸준한 매수 우위를 보이는 반면 기관은 매도 우위가 지속되며 수급 손바뀜이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때 탄력이 붙고, 기관 매물 출회 시 상승 폭이 제한되는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시가총액과 밸류에이션 지표도 관심사다. 대한전선의 시가총액은 약 4조 2,789억 원으로, 코스피 내 시총 순위 114위에 자리하고 있다. 상장주식수는 약 1억 8,644만 주로 거래량과 유통 물량이 충분한 대형주 그룹에 속한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ELECTRIC 등 동종 전력·중전기 계열 기업과 비교할 때 시가총액은 중간 수준이지만, 해저케이블과 AI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 대한 성장 프리미엄을 반영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상황이다.

 

실적과 전망 측면에서 증권가는 올해 대한전선의 체질 개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예상 매출액은 3조 2,913억 원, 영업이익은 1,1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컨센서스 기준 증권사 투자의견은 매수 4.00점이며 목표주가는 24,643원으로 제시됐다. 현재 주가는 목표주가에 근접하는 구간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무건전성도 부채비율과 유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업계 비교에서 HD현대일렉트릭이 38.95%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대한전선의 ROE는 2.97%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높은 주가수익비율과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 간 격차가 커, 향후 이익률 개선이 밸류에이션 정당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해저케이블 증설과 통합 솔루션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실적에 반영되는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산업 환경은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해상풍력 확산과 HVDC 초고압직류송전 인프라 확대가 맞물리며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 가동을 통해 이러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선도사업자 지정을 통해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까지 공급망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는 수주잔고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뉴스·테마 관점에서 대한전선은 스마트그리드, 전력 설비, 해저케이블 테마의 교집합에 위치한다. 최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지능형 전력망 구축 이슈가 부각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시장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효성중공업과의 통합 솔루션은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로, 대한전선을 테마 내 주도주로 부각시키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 전력망 확충 수혜주를 넘어 정보·데이터 기반 전력 관리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와 24,000원대 안착 가능성이 상승 시나리오의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반면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 21,500원 지지선이 이탈될 경우 단기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기적으로는 해저케이블 신규 수주 규모와 통합 솔루션 매출의 가시화 시점이 주가 레벨업을 좌우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기관 매도세 지속 등은 잠재적인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평가 구간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성장 스토리와 실제 실적 개선 속도를 함께 점검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전력 인프라 투자 규모와 정부의 공급망 정책 방향에 따라 대한전선과 전선 관련주의 주가 흐름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민석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한전선#효성중공업#해저케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