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BOJ 금리 인상 검토·中 스테이블코인 불법화”…뉴욕증시, 위험자산 회피 속 하락 압력 확대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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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1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12월 첫 거래일에 일본(Japan)과 중국(China) 중앙은행의 정책 신호가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번 조치는 연말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형성되던 소비 회복 기대와 증시 강세 흐름에 제동을 걸며,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자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27.09포인트(0.90%) 내린 47,289.3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6.46포인트(0.53%) 떨어진 6,812.63에 장을 끝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89.76포인트(0.38%) 하락한 23,275.92에 거래를 마쳤다. 장 개장 전부터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거래 시간 내내 반등 동력을 찾지 못했다.

뉴욕증시, BOJ 금리 인상 시사·中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하락…다우 0.90%↓
뉴욕증시, BOJ 금리 인상 시사·中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하락…다우 0.90%↓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소비 지표는 견조했다. 마스터카드의 소비 분석 서비스인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소매업체(자동차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어도비애널리틱스는 같은 날 온라인 소비 지출이 전년보다 9.1% 늘어난 118억 달러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견조한 소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과 중국 인민은행(PBOC)의 정책 메시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키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먼저 흔들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이날 발언에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의 장단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 조정이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안 된다고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12월 회의에서 BOJ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과 국채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 온 엔 캐리 트레이드가 되돌림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커졌다. 엔 캐리 트레이드 해소 가능성은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인식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엔화 차입을 통해 미국 자산을 대거 매입해 왔던 만큼, 일본 채권금리 상승은 레버리지 투자 포지션 축소를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메리벳증권에서 미국 금리전략을 총괄하는 그렉 파라넬로는 일본 기준금리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으며 BOJ가 스톱앤고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BOJ가 긴축 방향으로 고 신호를 보내는 순간, 이날과 같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재현될 수 있고 그 파급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톤X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분석가는 일본 채권금리 상승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며 투기 자산 가격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도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에 냉각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공안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지난달 29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사기, 자금 세탁, 불법적인 국경 간 자본 이동과 같은 중대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과 관계 부처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관련 거래를 불법 금융 활동으로 규정했다. 홍콩(Hong Kong) 기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로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으로 불법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책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동안 5%를 웃도는 하락률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주요 가상화폐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였고, 관련 자산뿐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에 투자심리 위축이 번졌다.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해 운용하는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3% 넘게 떨어졌으며, 장중 한때 낙폭이 12.17%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암호자산 규제가 자본 이동 경로를 좁히고, 디지털 자산을 통한 글로벌 유동성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대외 요인 속에서 뉴욕증시 소매 관련 종목은 연말 소비 호조 기대에도 불구하고 개별 종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0.92% 상승 마감했고, 주택·건자재 유통사 홈디포도 0.11% 오르며 소폭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대형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0.18% 떨어졌다. 신용카드 네트워크 업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모두 1%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해 결제·금융 섹터 전반에 부담이 가중됐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는 사이버먼데이로 거래가 몰린 이날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며 주가가 5% 이상 급락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임의소비재, 기술주를 제외한 대부분 섹터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틸리티 업종이 2.35%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의료·헬스케어, 산업, 통신서비스, 부동산 업종도 1%를 웃도는 하락률을 보였다.

 

개별 종목 가운데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는 인기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편이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2.20% 상승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계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며 5% 넘게 급락했고, 장중 최대 낙폭은 7.21%에 이르렀다.

 

시가총액 1조 달러 이상 미국 대형 기술주 중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이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연말 쇼핑 성수기를 맞아 애플과 아마존의 제품 판매 증가, 온라인 트래픽 확대 기대가 주가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일본과 중국발 악재 속에서도 일부 성장주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선별적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0.25%포인트(25bp) 인하 가능성을 87.6% 수준으로 반영했다.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89포인트(5.44%) 오른 17.24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제 금융시장은 앞으로 BOJ의 추가 발언과 실제 금리 인상 여부,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 집행 강도를 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방향과 중국 인민은행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자산 가격에 미칠 파급효과를 점검하면서, 12월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이번 정책 신호들이 연말과 내년 초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얼마나 키울지 주목된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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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일본은행#중국인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