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생태계에 적극 기여”…정의혜, 동아시아포럼서 한-아세안 협력 의지
정책 경쟁과 기술 패권 구도가 겹치는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인공지능 협력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교부 정의혜 차관보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세안과의 디지털 공조 강화에 나섰다.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는 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2차 동아시아포럼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아세안+3, 즉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국·중국·일본 국가들과 함께 책임 있는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차관보는 이날 포럼 기조 발언에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기술이 동아시아 지역 성장의 핵심 동력임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AI 기술이 동아시아의 성장과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하며, 역내 국가들이 책임 있는 기술 활용 원칙과 협력 모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차관보는 한국이 아세안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구체 사업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한-아세안 사이버쉴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역내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세안 여성 중소기업인의 디지털 경제 참여 지원 사업을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와 포용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업은 각각 사이버 공간 안정성과 경제·사회 분야 포용성을 동시에 겨냥한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동아시아포럼은 아세안 11개국과 한국·중국·일본 정부, 재계, 학계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1.5트랙 대화 채널이다. 한국이 2001년에 포럼을 제안해 출범한 이후 매년 아세안과 한·중·일이 돌아가며 개최해 왔다. 정부 대표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라서 역내 통합 의제, 신흥 안보 현안, 경제협력 전략을 폭넓게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정 차관보는 포럼 일정과 연계해 양자 외교도 병행했다. 그는 방콕 현지에서 태국과 브루나이의 아세안 고위관리회의 대표와 각각 면담을 가지고, 디지털·사이버 협력과 역내 현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 면담을 계기로 양국과 한국 간 실무 협력 채널이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차관보는 포럼 이후 필리핀으로 이동해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는 10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의 아세안 고위관리회의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차기 아세안 의장국과의 조기 소통을 통해 향후 아세안+3 구도에서 디지털·AI 협력, 공급망 안정, 인적 교류 확대 등의 의제를 선제적으로 조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동아시아포럼 논의를 바탕으로 아세안과의 디지털 협력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내년 이후 열릴 고위급 회의와 정상회의에서 관련 의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정치권과 외교 당국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국제 규범 논의가 빨라지는 만큼, 한국이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책임 있는 기술 강국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