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가 간·췌장도 노린다”…의료계, 소화기 손상 경고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면서 위와 장을 포함한 소화기 질환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의료계는 단기간 과음이 단순 숙취를 넘어 위, 간, 췌장까지 손상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속쓰림과 메스꺼움 정도로 느껴지지만 급성 위염, 알코올성 간염, 급성 췌장염처럼 서로 다른 장기 손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음주 후 복통, 구토, 황달, 극심한 피로감이 며칠 이상 이어질 경우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12월 이후 연말연시에는 폭음과 야식이 겹치면서 상부 소화기 내시경 검사와 복부 영상검사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12일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과음 이후 복통 양상에 따라 응급도와 추정 질환이 달라지므로, 증상별 구분과 병원 방문 시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의 음주라도 급성 췌장염처럼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번질 수 있어, 단기적 불편감만으로 스스로 숙취라고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세 질환은 공통적으로 과음이 직접적 촉발 요인이 되고, 복부 통증과 소화불량, 구역감, 식욕 저하 같은 증상을 공유한다. 특히 명치 부위 통증과 더부룩함 등은 위, 간, 췌장 질환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어, 초기에는 환자 본인은 물론 1차 의료기관에서도 상부위장관 질환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통증의 위치와 성격, 동반 증상을 면밀히 살피면 위험 신호를 비교적 일찍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급성 위염은 위 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긴 상태로, 과음과 자극적인 안주가 겹치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주로 명치 부위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이 나타나며, 식사 직후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위 점막 손상으로 위산 자극이 증가해 통증이 심해지는 구조로, 대개 금주와 식이 조절,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복될 경우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이행해 출혈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증상이 반복되는 사람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고려하는 편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알코올성 간염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간세포에 염증과 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상 초기에 반드시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며, 대다수 환자에서 간이 위치한 오른쪽 윗배에 은근한 불편감이나 묵직함 정도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주요 동반 증상으로는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 황달 등이 꼽힌다. 혈액검사상 간효소 수치 상승과 빌리루빈 증가가 확인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알코올성 간염이 반복되면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간부전이나 간세포암으로 위험이 확대될 수 있어 금주가 사실상 유일한 근본 치료로 평가된다.
급성 췌장염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에 갑작스러운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과음이 대표적인 촉발 인자다. 명치 또는 왼쪽 윗배에서 시작되는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며, 통증이 등이나 어깨로 방사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누웠을 때 더 아프고 상체를 굽혀 앉으면 다소 나아지는 체위 변화가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구토와 발열, 맥박 증가, 복부 팽만이 동반될 수 있고, 혈청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 상승이 진단의 단서가 된다. 중증 급성 췌장염은 췌장 괴사, 복강 내 출혈,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입원 치료와 집중 관리가 요구된다.
손원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 뒤 복통이 반복되는 상황 자체를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잦은 술자리 이후 복부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단순히 위장 장애로만 생각하기보다는 간과 췌장까지 포함한 장기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통증이 명치에 국한되는지, 오른쪽 윗배나 왼쪽 윗배까지 번지는지, 통증 강도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응급실 방문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소화기 장기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음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물을 자주 마셔 알코올 흡수를 늦추고, 소주와 맥주 등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행동을 줄이는 전략이 권고된다. 과음 뒤 해장용으로 복용하는 진통제나 감기약, 수면제는 간독성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손원 교수는 약 복용 여부를 모른 채 음주를 이어가면 약물과 알코올의 상호작용으로 간 손상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으므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일시적이라도 금주를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알코올로 유발되는 급성 위염, 급성 간염, 급성 췌장염은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만 보이는 경우도 많아, 통증이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나 복부 초음파 결과에 이상이 지적됐다면, 단기간이라도 음주량을 엄격히 조절해 장기 회복 시간을 확보해야 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연말연시 음주 관리는 개인 건강 차원을 넘어 필수적인 자가 예방의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상적인 음주 습관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소화기 건강을 지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