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자세 데이터화”…병원, 디지털 근골격 관리로 진화
스마트폰과 PC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30대와 40대에게 ‘나이와 맞지 않는 어깨 통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의료계는 과거 50대 이후에 주로 나타나던 오십견을 포함해 어깨 관절 질환이 생활 패턴 변화로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인공지능을 결합한 디지털 근골격 관리 솔루션을 앞다퉈 내놓으며 예방과 조기 개입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형외과 진료를 디지털 기반 정밀 재활로 전환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된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감싸는 관절낭이라는 조직이 염증과 유착으로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움직임이 제한되고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예전에는 퇴행성 변화가 뚜렷해지는 50대 전후에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와 운동 부족, 대사질환 증가로 30대와 40대에서도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병원은 이 같은 생활습관성 어깨질환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IT 기반 모니터링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활용해 목과 어깨 각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일정 시간 이상 전방으로 숙여진 자세가 지속되면 알림을 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이런 앱은 하루 동안의 자세 패턴을 데이터로 누적해 구부정한 습관이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반복되는지 시각화해 준다.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한 솔루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어깨나 견갑골 부위에 부착하는 관성센서 기반 디바이스는 팔을 들어 올리는 각도, 회전 범위, 속도를 정밀 측정하고, 정상 범위 대비 감소 정도를 분석해 오십견 진행 가능성을 조기에 알려준다. 일부 정형외과는 수술 전후나 물리치료 과정에서 이러한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실제 운동 범위를 수치화하고, 재활 목표에 따른 개선 추이를 그래프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 진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보다 객관적 데이터가 추가되는 구조다.
인공지능 활용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병원과 헬스테크 기업은 센서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 전자의무기록을 통합 분석해 어깨 운동 범위 감소 패턴과 통증 호소 빈도, 당뇨 등 기저질환 정보를 함께 학습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환자가 향후 6개월 내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손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통증이 ‘도저히 참기 어려운 단계’가 돼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기반 예측이 상용화되면 증상 악화 전 단계에서 병원이 개입할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당뇨나 갑상선 기능 이상 같은 대사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는 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오십견 위험이 수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의료기관은 혈당·체중·혈압을 모니터링하는 기존 만성질환 관리 앱에 근골격 운동 데이터를 연동해, 대사 상태 악화와 어깨 통증 및 운동 범위 감소가 동시에 감지될 경우 정형외과 진료를 권고하는 연계 시스템을 시험 적용 중이다.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이 근골격 디지털 헬스케어와 결합하는 모양새다.
젊은 층의 오십견 급증에는 업무 환경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노트북과 태블릿을 장시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높이가 맞지 않는 책상과 의자, 모니터 위치가 어깨와 목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시장에서는 웹캠과 연동해 사용자의 앉은 자세를 카메라로 인식하고, 목과 어깨 각도가 일정 기준 밖으로 벗어나면 화면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거나, 일정 횟수 이상 경고가 누적되면 스트레칭 동영상을 자동 재생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근골격계 질환을 ‘직장 내 디지털 안전 이슈’로 다루려는 시도다.
해외에서는 이미 근골격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의료기관은 어깨와 허리, 무릎 환자에게 수술 전후 재활 프로그램을 앱 형태로 제공하고, 환자가 집에서 수행한 운동의 각도와 횟수를 센서로 자동 기록해 의료진이 원격으로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인공지능이 운동 자세의 정확도를 분석해 잘못된 동작을 교정해 주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현지 보험사들은 이러한 디지털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재수술률과 재입원률이 줄어드는 사례에 주목하며,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근골격 질환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어느 수준까지 의료행위로 인정될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어깨 운동 가이드를 제공하는 앱이 단순 건강관리 도구인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돼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따라 개발과 상용화 전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환자 상태를 진단하거나 치료 효과를 직접적으로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로 분류하는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생활습관 개선 목적의 보조 도구에 대해선 규제 완화 여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형외과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에 신중한 시각과 기대가 교차한다. 의료진은 디지털 도구가 어깨 운동 범위와 통증 패턴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치료 과정에서는 여전히 전문의 진찰과 영상검사, 물리치료사가 진행하는 맞춤형 재활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AI 예측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환자가 스스로 통증을 과소평가하거나 반대로 과대해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을 활용한 근골격 데이터 수집이 향후 정형외과 진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증이 본격화하기 전에 잘못된 자세와 운동 부족 패턴을 파악해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오십견과 같은 만성 어깨질환의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IT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규제와 윤리 기준을 맞춰갈지에 따라 디지털 근골격 헬스케어의 성장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