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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생존 인자 규명”…다발골수종 골절 예방이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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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반 분석이 혈액암 다발골수종 환자의 임상 예후 이해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박성수·하정훈·한승훈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9365명과 일반인 대조군 9365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골절이 발생한 다발골수종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최대 2.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전국 단위 빅데이터 연구가 다발골수종 환자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다발골수종 환자의 6년 누적 골절 발생률은 10.2%로, 성·연령을 맞춘 일반인 대조군의 8.3%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특히 척추 골절 위험은 대조군 대비 1.36배, 고관절 골절 위험은 1.47배 높았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으로, 진단 시점에 이미 환자의 80% 가까이가 골용해(뼈가 녹아 없어지는 현상)를 동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뼈의 구조적 취약성이 증가해 골절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아진다.

기술적으로 다발골수종 환자의 골절 위험은 골수종 세포가 뼈 내 미세환경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골수종 세포의 병적 증식은 파골세포(뼈 흡수 세포) 활성 증가와 조골세포(뼈 형성 세포) 기능 저하를 일으켜 골항상성(뼈의 균형 유지)을 무너뜨린다. 이 과정에서 RANKL(수용체 활성화 핵인자 카파-B 리간드), 스클레로스틴, Dickkopf-1 같은 신호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뼈의 재생이 억제되고 골절 위험이 커진다. 이번 연구는 골절 부위별 사망 위험도도 세분화했다. 진단 1년 내 골절을 경험한 다발골수종 환자는 전체 골절 1.37배, 척추 1.39배, 고관절 2.46배, 상지(팔뚝 등) 1.94배로 상당한 생존율 저하를 겪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이 사망률 상승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골절이 다발골수종 환자의 통증과 활동성 저하, 합병증 위험까지 높여 치료 성공률 저하로 직결된다. 고관절 골절의 경우 장기간 침상안정에 따른 욕창·감염·폐렴 등 2차적 위험이 동반돼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확인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골질환 예방은 혈액암 치료의 핵심 사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항골흡수제(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 등) 투여와 함께, 초기 진단 시 환자 교육·리스크 평가가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실정에 맞는 대규모 임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관련 가이드라인 개선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항골흡수제 장기 투약에 따른 이상반응과 보험 기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경우, 골절 예방 효과가 부작용 위험을 상회하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박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골절과 사망 간 인과 관계를 전국 수준에서 규명한 의의가 있다”며 “임상 현장이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되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다발골수종 치료 전략이 앞으로 골절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재편될지 주목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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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서울성모병원#골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