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기진단, 나노바디로 1000배 민감”…생명연, 초정밀 센서 개발
나노바디 기반 초정밀 바이오센서가 암 조기진단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한 신기술은 췌장암·신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핵심 진단지표로 활용되는 인터루킨-6(IL-6) 단백질을 극소량까지 높은 민감도로 감지한다. 업계는 이 기술이 암 조기진단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디자인교정연구센터 우의전 박사팀은 6월 12일, 암과 염증반응의 주요 바이오마커인 IL-6를 1조분의 1그램(4.5fg/㎖) 수준에서도 실시간 탐지 가능한 초정밀 나노바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항체 인식 부위만을 정밀 복제해 낙타과 동물에서 유래한 초소형 단백질(나노바디)로 전환하는 'CDR 그래프팅' 항체공학 기술이다. 동물실험 없이도 표적에 맞는 고정밀 나노바디를 빠르게 만들어, 기존 항체 대비 10분의 1 크기·우수한 구조적 안정성·세균에서의 대량 생산성이 확보된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센서는 실리콘상에서 액체 반응을 직접 감지하는 SIS(Solution-Immersed Silicon) 광학 기술과 융합됐다. SIS 센서의 반사광 측정 방식은 기존 금속막·형광 기반 진단법보다 신호간섭이 적고, 표면에 다수의 나노바디를 올릴 수 있어 민감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실제로 실험 결과, 기존 ELISA 진단키트 대비 약 1000배에 달하는 검출 한계를 기록했다.
실제 췌장암·신장암 환자 혈청에 적용한 임상 실험에서도 나노바디 센서는 건강인과 환자를 명확히 구분했다. 이로써 다양한 암종의 조기·정밀 진단과 예후 모니터링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바디의 극소형·고정밀 특성과 SIS 센서의 환경 내구성은, 현장 진단(POCT) 기기의 소형화·신속 검사 수요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항체공학, 국가표준연구원의 SIS 센서,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국립암센터의 단백질 분석 및 임상 검증 역량이 결집된 다기관 융합연구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암 등 중증 질환의 초정밀 진단을 둘러싼 경쟁이 뛰쳐나온 가운데, 미국·유럽의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도 미량 바이오마커 검지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정확한 초기 진단을 위해 국내외에선 진단 정확도의 법정 기준과 의료기기 인허가, 보험 등재 여부가 실사용화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나노바디-센서 융합기술이 상용화 시점에 도달할 경우, 암 진단 및 예후관리 분야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임상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