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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수사 외압, 상설특검이 규명해야"…문지석, 관련 자료 전면 제출 시사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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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외압 폭로와 상설특별검사 수사가 맞물리며 법무부와 검찰 조직이 다시 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제기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상설특검 출석에 맞춰 관련 자료를 전면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권섭 상설특별검사가 이끄는 상설특별검사팀은 11일 오전 10시부터 문지석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부장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착수했다. 문 부장검사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한 불기소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문 부장검사는 서울 소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상설특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상설특검이 모든 진실을 규명하기를 바란다"며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이 있는 공직자들은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그는 참고인 조사 태도와 관련해 "참고인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성실하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제출한 진정서와 사건 경과 관련 모든 자료를 오늘 처음으로 모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대검찰청 감찰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해 온 내용들을 상설특검에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신의 감찰 조사 경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부장검사는 "지난 5월 8일 대검찰청의 감찰 조사를 받은 이후 추가 소환 요청이 없었다"며 "모든 자료를 이제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감찰이 1차 조사 이후 진전 없이 멈춰 있었고, 그 사이 상설특검이 출범해 수사 무대를 옮기게 됐다는 취지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당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한 뒤 쿠팡 측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4월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문 부장검사는 이 불기소 결정 과정에서 상급 검찰 간부들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엄희준 당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당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쿠팡 측에 무혐의 처분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국정감사장에서 문 부장검사는 자신과 당시 주임 검사가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을 불법으로 판단했지만, 김 전 차장이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엄 전 지청장이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도 말했다. 수사 실무진의 판단과 상급 간부의 결정 방향이 충돌했다는 진술이다.

 

이 같은 폭로가 정치권에 전달되면서 수사 독립성과 검찰 지휘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노동 현안과 대형 유통기업이 얽힌 사건인 만큼 여야 모두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교차하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반대로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지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수장인 정성호 장관은 국정감사 이후 진상 규명의 장을 상설특검으로 옮겼다. 정 장관은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상설특별검사 수사 개시를 결정했다.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해 검찰 조직 외부에서 사건 처리의 적정성과 외압 여부를 재검증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안권섭 특검이 이끄는 특검팀은 지난 6일 공식 수사 개시를 선언한 이후 닷새 만에 문 부장검사를 소환했다. 출범 직후 핵심 폭로자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향후 수사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 사실관계 확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문 부장검사가 제출한 진정서와 수사 경과 자료, 당시 회의 기록과 지휘 문건 등을 토대로 검찰 지휘 라인의 개입 여부를 집중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상설특검 수사가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함께 나온다. 수사 결과에 따라 개별 검사에 대한 징계나 형사 책임 문제를 넘어, 검찰 내 사건 배당과 지휘 관행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 현안 수사의 공정성 문제와 맞물리면서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제도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날 상설특검 사무실은 문 부장검사 출석 전부터 취재진이 몰리며 긴장된 분위기를 보였다. 특검팀은 우선 문 부장검사 진술과 제출 자료를 토대로 대검찰청 감찰 당시 조사 내용과의 차이, 검찰 내부 보고 체계 운용 실태를 비교 검토한 뒤, 엄희준 전 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 등 지휘 라인 소환 시점과 방식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상설특검 수사가 구체적인 외압 정황을 포착할 경우, 관련자 소환과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외압 정황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검찰 지휘 체계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를 놓고 다시 정면 충돌할 소지도 적지 않다.

 

상설특검팀은 추가 참고인 조사와 관련 자료 분석을 거쳐 연말까지 1차 수사 윤곽을 가다듬겠다는 방침이다. 국회와 법무부는 상설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검찰 수사 관행과 제도 개선 여부를 둘러싼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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