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혐오 현수막, 온 사회를 수치스럽게 해”…이재명 대통령, 행안부에 강력 단속 주문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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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현수막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역할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방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적 틈새를 이용해 온 사회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자 권한·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혐오 현수막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문한 셈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혐오 표현 현수막 단속의 법적 한계를 먼저 설명했다. 윤 장관은 "혐오표현 현수막을 막으려면 옥외광고물법과 정당법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현행 법령상 정당 명의 현수막이나 표현의 자유 범위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 단속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법 개정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단속하는 게 맞다"고 말한 뒤 "그 입장을 밝혀줘야 지방정부도 안심하고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법률 보완 이전 단계에서라도 행정지침과 기준을 명확히 해 지방자치단체의 집행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혐오 현수막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부각했다. 그는 "지금까지 무조건 방치해 뒀더니 해괴한 현수막들을 다 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개인의 자유라는 이유로, 정당이 붙인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을 무제한 붙여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타인을 모욕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수준의 현수막은 공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관광지와 도심 주요 거점에서의 혐오 현수막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관광객들 면전에 두고 모욕을 주거나 하는 일은 국가의 품격에 관련된 일"이라며 국가 이미지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요즘 경찰이 잘 대응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도 관련 사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치안 성과도 별도로 언급했다. 그는 "경찰이 초국가 범죄에 대응을 잘 해줘 보이스피싱 피해가 대폭 줄었다"고 말하며 최근 수사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안전한 삶을 살지 불안한 삶을 살지가 결정되는 만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해 경찰 조직의 책임 의식과 사기를 동시에 강조했다.

 

혐오 현수막 단속 문제는 향후 국회 논의와도 직결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옥외광고물법과 정당법 개정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규제의 경계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현수막을 활용한 정치적 표현을 계속 확대해 온 만큼, 규제 논의 과정에서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 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혐오 표현 현수막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단속 기준 정비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옥외광고물법과 정당법 개정 논의를 병행하며 제도적 보완책을 모색할 예정이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토대로 현장 단속 판단 기준을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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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윤호중행정안전부장관#혐오현수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