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ADC로 내성 폐암 공략…GC녹십자, 공동개발 확대로 항암 포트폴리오 강화
이중항체 기반 항체 약물 접합체 ADC 기술이 내성 폐암 치료 전략을 바꾸려는 시도가 국내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가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이중항체 ADC 플랫폼에 대한 옵션을 행사하며 공동 개발 범위를 넓혔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표준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EGFR과 cMET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표적 전략이 새로운 항암 패러다임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확장이 국내 ADC 신약 개발 경쟁 구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C녹십자는 17일 카나프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이중항체 기반 ADC 기술에 대한 옵션을 공식 행사했다고 18일 밝혔다. 두 회사는 2023년 11월 이중항체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옵션 행사는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본격적인 개발 단계로 끌어올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양사가 개발할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주요 대상 환자군으로 설정했다. EGFR과 cMET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한 구조의 ADC 형태로 설계해, 종양세포 선택성을 높이고 전신 독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최적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하면 항체에 달린 약물이 세포 내로 전달돼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술로, 표적항암제와 화학항암제의 장점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현재 표준요법으로 EGFR 티로신키나제 저해제 치료를 먼저 받지만, 통상 1년에서 2년 사이에 약물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내성의 주요 기전으로 cMET 수용체 과발현과 새로운 EGFR 내성 변이 출현이 알려져 있는데, 기존 단일 표적 약물로는 이러한 복합 내성 기전을 충분히 제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양사는 EGFR과 cMET 두 표적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항체 구조를 활용해 내성 발생 경로를 다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EGFR과 cMET은 비소세포폐암뿐 아니라 여러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어, 개발에 성공할 경우 폐암 이후 적응증 확장도 비교적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양사도 비소세포폐암을 우선 순위로 개발을 진행하되,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에서 다른 암종에 대한 표적 발현 양상과 약효 신호를 함께 분석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개발 역할 분담도 구체화됐다. 전임상 연구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수행해 후보물질 선정과 독성 평가, 효능 검증 등을 병행 추진한다. 약물 생산 공정과 제형 개발을 포함하는 CMC 영역은 카나프테라퓨틱스가 주도하며, 이후 임상 단계 진입과 글로벌 임상 개발, 허가 전략 수립은 GC녹십자가 책임지는 구조다. GC녹십자는 이미 항암 및 면역 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만큼, 개발 후반부 가속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중항체 ADC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차세대 항암제 축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기존 단일항체 ADC에 비해 종양 특이성을 높이고, 서로 다른 신호 경로나 내성 기전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복잡한 암 유전체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반면 이중항체 구조 설계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독성 관리와 약동학 최적화가 쉽지 않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이번 옵션 행사를 계기로 자사가 구축한 이중항체 설계 기술과 ADC 접합 플랫폼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는 GC녹십자의 선택이 자사 연구 성과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다양한 표적 조합의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C녹십자는 항암과 면역 질환 영역을 중장기 성장 축으로 삼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재욱 GC녹십자 R&D 부문장은 이번 옵션 행사가 항암 포트폴리오를 정교하게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바이오의약품을 아우르는 복합 치료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EGFR 타깃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이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중항체 ADC 신약이 임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경우 상업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안전성 검증과 전임상에서의 효능 데이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초기 개발 단계에서 플랫폼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내성 폐암 치료의 실제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전임상과 임상 개발 단계의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