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수면과 얼음의 골짜기”…가을에 닿는 밀양의 정취 속으로
가을에 밀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즈넉한 풍경과 맑은 공기, 그리고 특별한 체험이 이 지역의 새로운 매력으로 떠오른다.
요즘 SNS에서는 위양지의 잔잔한 수면과 얼음골의 신비로운 골짜기를 인증하는 사진이 연이어 올라온다. 실제로 부부와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단풍에 붉게 물든 산세, 그리고 투명하게 반사된 하늘 아래를 산책하며 가을의 한가운데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특히, 위양지 둘레길이나 기회송림공원야영장에서는 캠핑과 산책을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이 소박한 행복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비쳐진다. 최근 경남 내 자연 관광지의 주말 방문객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늘어났고, 밀양시는 사계절 체험형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네이처에코리움 같은 미디어아트 체험에, 가족 단위는 송림 속 야영장과 얼음골의 한적함에 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밀양의 자연이 ‘일상 밖으로 벗어나는 감각의 공간’이 돼 준다고 해석한다. 자연환경심리학자 이은령 씨는 “고요한 저수지나 신비로운 계곡은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재정비하게 돕는 치유력의 근원”이라 느꼈다. 전시 공간의 기술적 체험이나 숲에서의 고독한 밤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다르게 자신의 쉼을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반응도 따뜻하다. 한 방문객은 “십년 만에 도시에선 듣지 못하던 바람 소리를 듣고, 천천히 걸었습니다”라며, “사진 한 장 남기려고 갔지만,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고요함이었다”고 적었다. 잦은 여행 대신 가까운 곳에서 일상과 분리되는 경험을 선택하는 이가 늘었고, 이제 ‘가을여행은 밀양’이라는 입소문도 번지고 있다.
위양지의 고요함, 얼음골의 서늘한 기운, 송림에서의 맑은 휴식은 그 자체로 한적한 기호가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