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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레드로 내부 재점화"…오픈AI, 한국서 반격 신호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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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코드레드 체제를 가동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구글의 최신 모델 제미나이3 프로가 벤치마크와 사용자 경험 평가에서 앞섰다는 분석이 나오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에게서 시작된 위기감이 조직 전체의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3년 전 챗GPT 등장에 구글이 코드레드를 선언했던 장면이 반전된 구도 속에서, 오픈AI가 한국을 핵심 시험대이자 성장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경훈 오픈AI코리아 총괄 대표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첫 공식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올트먼 CEO가 내린 코드레드 지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많은 직원들이 좋은 모티베이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동안도 빠르게 달려왔지만 이번 메시지가 조직에 추가적인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코드레드의 배경에는 구글 제미나이3 프로와의 직접적인 기술 경쟁 구도가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미나이3 프로는 최근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사용자 경험 면에서도 챗GPT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성형 AI 서비스 품질이 모델 성능과 제품 완성도에 좌우되는 만큼, 오픈AI가 선두 사업자 위치를 지키기 위한 내부 압박을 공식화한 셈이다.

 

김 대표는 오픈AI의 대응 방향에 대해 억지로 차별화하겠다고 기존 전략을 급격히 바꾸기보다, 잘하던 것을 지속적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모델 고도화와 제품 정교화, 고객 접점에서의 활용성 높이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재 전략의 골자라는 인식이다.

 

한국 조직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큰 구조 조정이나 급격한 전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 팀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업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직원들이 거제도에서 서울 전역까지 흩어져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내 협업 도구를 활용해 수시로 소통하면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추구하는 등, 코드레드 분위기에 맞춰 운영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 구조는 B2C에서 B2B로 확산되는 바텀업 채택 패턴이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먼저 직원 개인의 챗GPT 활용을 통해 업무 생산성 향상을 체감한 뒤, 보안과 통합 관리를 위해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도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오픈AI가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이미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챗GPT를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B2C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당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이 전 세계 1위이며, 국가별 매출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내부 데이터를 공개했다. 한국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이며 활용 역량도 높다는 평가가 본사에서 공유되고 있고, 그 결과 글로벌 프로젝트나 신기능을 도입할 때 한국이 우선 출시 국가로 자주 선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룹 채팅 형태의 협업 기능 등 신규 기능 테스트가 거론된다. 김 대표에 따르면 본사는 새로운 제품 기능을 론칭하기 전 실제 사용 패턴과 피드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삼는데, 한국이 이런 실험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초기 도입 속도와 정교한 피드백이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멀티모달 AI 활용 측면에서도 한국은 핵심 테스트베드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텍스트 중심 서비스뿐 아니라 비디오 생성 AI 소라 사용률에서도 서울이 전 세계 도시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 기반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비디오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려는 국내 수요가 확인된다는 의미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 결합된 멀티모달 환경에 대한 적응 속도가 빠른 시장일수록 향후 AI 서비스 확산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 규모 측면에서 오픈AI는 전체 인력이 4000명 이하인 비교적 슬림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조직 내에서 오픈AI코리아는 아직 20명 미만의 작은 조직이지만, B2B 중심 영업과 기술 지원을 전담하는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법인이 영업 및 엔지니어 조직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 고객의 AI 도입을 돕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 운영은 본사가 주도하지만, 한국 법인은 국내 사용자 행태와 시장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리포트해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 금융, 유통, 콘텐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생성형 AI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며, 특히 내부 데이터와 결합한 맞춤형 모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인력 채용도 확대 기조다. 김 대표는 내년 이후 한국 내 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B2B 지원 역량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B2C 영역에서도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을 단순한 기술 파트너 시장이 아니라 독립적인 소비자 브랜드 경쟁 무대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채용 기준과 관련해서는 AGI에 대한 확신과 사회적 목적성을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오픈AI가 인공지능을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다는 미션에 얼마나 공감하고, 이를 위해 일하겠다는 열의가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AGI 연구와 활용 방향에 함께할 인재를 찾겠다는 메시지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오픈AI 등 빅테크 간 생성형 AI 경쟁이 기술 스펙을 넘어 실제 사용성과 산업 적용 속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처럼 개인 사용이 기업 도입으로 이어지는 시장에서는 사용자 경험 품질과 현지화 전략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코드레드 체제로 상징되는 기술 속도전 속에서, 한국이 어떤 AI 서비스와 기능의 첫 출발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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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코리아#샘올트먼#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