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저궤도 위성통신…SK텔링크, 팬오션 선단 연결로 해운 디지털 전환 가속
저궤도 위성통신이 해운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타링크 코리아의 상용 서비스가 본격화된 가운데 SK텔링크가 국내 대형 선사 팬오션 선단에 해상용 스타링크 서비스를 공급하며 해양 통신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 해운업계 최대 규모의 선박에 저궤도 위성망이 일괄 적용되는 사례로, 업계에서는 향후 운항 안전성 제고와 선박 운영 효율, 선원 복지 수준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링크는 팬오션과 스타링크 해상용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스타링크 코리아의 국내 공식 리셀러 자격으로 성사한 첫 대형 공급 성과로, 국내 선사를 대상으로 한 저궤도 위성통신 대규모 상용 도입 사례로는 가장 빠른 수준으로 꼽힌다. 대상은 팬오션이 보유한 사선 113척이며, 앞으로 인도될 신조선에도 동일 서비스를 기본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미국 스페이스X가 구축한 저궤도 위성 기반 네트워크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보다 지구 표면에 훨씬 가까운 고도에 다수의 위성을 띄워 초고속·저지연 연결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지연 시간이 짧고 커버리지가 넓어, 광케이블이 닿지 않는 해상과 오프쇼어 환경에서도 육지와 유사한 수준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팬오션처럼 전 세계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의 경우 실시간 데이터 공유와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로 적합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SK텔링크는 공식 리셀러로서 장비 공급만이 아니라 단말 설치와 개통, 요금제 구성, 유지관리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 인터넷 연결을 넘어, 선종·항로·운항 패턴 등을 반영한 팬오션 맞춤형 운항 환경 분석과 기술 지원을 병행해 선단 전체에 안정적으로 저궤도 위성통신을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해상에서의 기상 변화, 위성 가시성, 데이터 사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트래픽 관리와 품질 최적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팬오션은 스타링크 도입 효과를 선내 업무 효율성, 운항 안전, 승조원 편의 향상 등 전 영역에서 기대하고 있다. 선박의 실시간 운항 데이터와 엔진·기계 상태 정보를 육상 관제 센터와 수시로 주고받으면서 예측정비와 운항 최적화를 추진하는 한편, 선원들이 육상과 끊김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장기 승선으로 인한 디지털 단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해운업계 전반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 경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일부 선사들이 저궤도 위성 기반 연결을 활용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이터 기반 운항관리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자체 위성통신과 클라우드 플랫폼을 연계한 스마트십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팬오션이 스타링크를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해양 통신 인프라 고도화 경쟁의 출발점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결정에는 팬오션 해상연합 노동조합의 요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간 해상 근무에 따른 디지털 단절 해소와 복지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안정적인 고속 통신망이 확보될 경우 선원의 근무환경 만족도와 안전 인식, 회사에 대한 신뢰도까지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수준의 네트워크 접근성을 선원 기본 권리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통신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해운·해양 분야 위성통신 시장 확대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해상 통신은 고비용·저속 서비스에 의존해 업무용 필수 데이터 전송 위주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궤도 위성망 상용화로 비용 대비 성능이 개선되면, 선박을 데이터 센터에 가깝게 만드는 수준의 고도화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종 센서 데이터와 영상, 정밀 위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상황을 조기에 포착하는 해양 안전 플랫폼도 현실성이 커질 수 있다.
SK텔링크는 팬오션 프로젝트를 교두보 삼아 해운을 넘어 조선·플랜트·해양 엔지니어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대형 조선소의 도크와 해상 시운전 현장, 해양 플랜트와 원거리 건설 현장, 재난 발생 시 임시 통신망 구축 등 통신 인프라 구축이 까다로운 모든 산업·공공 영역이 잠재 시장으로 거론된다. 기업 사설망과 재난안전 통신에 저궤도 위성망을 결합하는 복합 인프라 모델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규제 측면에서는 통신 품질·주파수·보안 기준 등 위성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 정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이 해외 위성망을 경유하는 만큼, 해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수준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향후 정부 차원의 해양 디지털 인프라 전략과 맞물려, 공공 안전 통신에 위성 기반 백업망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신용 SK텔링크 위성사업본부장은 스타링크 코리아의 본격 서비스 개시에 맞춰 팬오션 선단에 대규모 공급을 성사한 것을 국내 해양 통신 시장 혁신의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끊김 없이 연결되는 차세대 위성통신 환경을 제공해 해운과 해양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도입 사례가 실제 운항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과 효율을 입증할지, 그리고 위성 기반 해양 통신이 국내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