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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대 강국 가속 모색”…이재명, 손정의와 반도체·인프라 협력 논의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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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글로벌 빅테크 투자자가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AI 3대 강국 전략을 두고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회동이 성사되면서, 국내 AI·반도체 산업 지형에 변곡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4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접견해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 협력, 인프라 투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소는 대통령 집무 공간 인근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배경훈 경제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한다. 청와대 핵심 참모와 경제·산업 정책 라인이 총출동하는 만큼, 단순 인사 이상의 구체적 투자·협력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대규모 AI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은 소프트뱅크의 이같은 행보를 거론하며 "AI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온 글로벌 투자 그룹과의 협력 가능성을 폭넓게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AI 3대 강국 달성을 국정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AI 기업과의 직접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만나 국내 데이터센터·연구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와 회동을 갖고 AI 반도체 공급과 국내 생태계 지원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글로벌 AI 인프라와 국내 제조·반도체 역량을 연계해 한국을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을 구상해왔다"며 "손정의 회장과의 접견도 이 연장선에서 투자 유치와 공동 프로젝트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연이은 글로벌 CEO 회동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여당 일각에서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과 반도체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를 끌어오려는 시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대외 행보에 비해 국내 데이터 규제 개혁과 인력 양성 대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도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초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경우, 반도체 수요 확대와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동시에 특정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손정의 회장과의 접견에서 한국을 거점으로 한 데이터센터 구축, AI 반도체 공급망 협력, 스타트업 투자 연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구체적 투자 규모나 일정에 대해서는 "협의 진행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정리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과 산업계의 이해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회장의 만남이 향후 한미 AI 협력 구도와 동북아 기술 동맹 구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청와대 차원의 글로벌 CEO 접견을 지속하는 한편, 국회와 협의해 AI 인프라, 데이터 활용, 반도체 지원 관련 입법 과제를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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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손정의#소프트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