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피하주사 전환 플랫폼"...알테오젠, 글로벌 옵션계약 확대

송우진 기자
입력

피하주사 전환 기술이 바이오 의약품 투여 방식을 바꾸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정맥 주사로만 투여되던 항체 치료제와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바꾸면 환자 편의성과 의료기관 운영 효율이 모두 개선될 수 있어서다. 알테오젠이 자체 개발한 피하주사 전환 플랫폼 ALT B4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옵션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대용량 피하주사 제형 시장 선점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 제형 전환용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 B4에 대해 한 글로벌 제약사와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계약 상대방 제약사는 현재 판매 중인 자사 제품에 ALT B4를 적용해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되며, 초기 검토와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알테오젠으로부터 공급받는다. 그 대가로 옵션 계약금을 지급하고, 연구 성과와 사업 전략을 종합해 내년 중 최종 기술이전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옵션 계약은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 이전 단계에서 기술 도입 가능성을 확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특정 후보 기술을 선점해 두면서도, 실제 임상 개발 전략이나 시장성 검토 결과에 따라 본 계약 여부를 조정할 수 있다. 알테오젠은 이번 계약을 통해 또 하나의 글로벌 상업화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예비 단계를 마련한 셈이다.

 

ALT B4는 성분명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로, 피부와 피하조직에 존재하는 다당류인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하는 효소 제제다. 히알루론산은 세포 사이를 메우는 겔 형태의 물질로, 체액 이동과 조직 탄력 유지에 관여한다. 이 물질이 빽빽하게 형성돼 있으면 약물이 피하조직을 통해 대용량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ALT B4는 주사 부위 주변의 히알루론산을 한시적으로 분해해 조직 투과성을 높이고, 기존에 정맥 주사로만 투여 가능했던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을 피하로 주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이번 기술은 동일한 유효 성분을 유지하면서 투여 경로와 제형만 변경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규제 리스크와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십 분에서 수 시간 걸리는 정맥 주사 대신 수 분 내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어 병원 체류 시간이 줄어들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수액 라인 확보와 모니터링 시간 감소로 진료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LT B4는 알테오젠이 독자 개발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통해 탄생했다. 하이브로자임은 기존 동물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대비 면역원성과 안정성, 생산성을 개선한 재조합 효소 기반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다른 회사의 동물 유래 혹은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가 일부 항체 치료제의 피하 제형에 활용되고 있으나, 알테오젠은 자체 기술로 동등 이상의 효능과 차별화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피하주사 전환 기술은 최근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환자가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고가 바이오의약품일수록 병원 방문 횟수와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치료 지속성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승인 약물의 제형을 바꿔 제품 수명을 연장하고, 특허 만료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 옵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알테오젠이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MSD, 아스트라제네카, 산도스, 다이이찌산쿄 등 6개 글로벌 제약사와 하이브로자임 기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새롭게 옵션 계약을 맺은 제약사까지 더해지면, 다수의 파트너사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ALT B4를 활용한 피하주사 전환 후보로 검토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항체 치료제의 피하제형을 전면에 내세우며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추가 파이프라인 발굴 경쟁도 가속되는 분위기다.

 

다만 계약 상대방 회사명과 대상 제품명은 비공개로 유지된다. 알테오젠은 파트너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내 경쟁 구도와 시장 민감도를 고려해 비공개 조항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제형 전환 대상이 되는 기존 제품이 다수 경쟁약과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을 경우, 피하주사 전환 전략 자체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측면에서 피하주사 전환 제형은 완전한 신약과 달리, 기존 허가된 성분과 효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허가 절차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투여 경로 변경과 흡수 속도, 안전성 변화를 면밀히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각국 규제 당국은 별도의 임상시험과 품질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체 치료제가 피하주사 제형으로 허가를 받은 만큼, 국내외 규제기관도 축적된 경험을 통해 심사 기준을 정교화하는 흐름에 속해 있다.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 기술이 적용된 첫 피하주사 전환 제품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며, 로열티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구축하는 성장 국면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통한 파이프라인 다각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추가 옵션 계약이 실제 기술 이전과 상업화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 수익 구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피하주사 전환 플랫폼이 바이오의약품 시장 경쟁 구도에서 점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까지 제형 경쟁에 뛰어들면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기업의 협상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과 제형, 규제와 시장 전략이 맞물리는 가운데, 알테오젠이 추가 파트너십을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송우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알테오젠#altb4#하이브로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