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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유행 두 달 앞당겨”…3가·4가 백신 선택 폭 넓어진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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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감 유행이 이례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집계한 표본감시 결과, 10월 말 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가 22.8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1주 전보다 67% 이상 늘어난 수치로, 예년보다 2개월 앞선 유행주의보도 발령됐다. 특히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백신 전략 전환의 분기점’으로 본다.

 

독감 예방의 핵심은 백신 접종이다.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는 기존 4가 백신 대신 3가 백신이 주요 플랫폼으로 전환됐다. 3가 백신은 A형 두 종류와 B형 한 종류 항원을 포함하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야마가타 계통 배제 권고를 따른 결정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소멸 추세를 보여 2020년 3월 이후 실제 검출 사례가 없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3가 백신으로 국가 무료접종을 실시, 만 65세 이상, 임신부, 소아·청소년(생후 6개월~13세)이 대상이다.

시중 공급되는 주요 3가 백신은 GC녹십자의 지씨플루,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 보령의 보령플루백신, 사노피의 박씨그리프, 일양약품의 일양플루백신,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PF 등이다. 누구나 가까운 병의원에서 유료로도 접종 가능하다. 반면 A형과 B형 계통 2가지씩 예방 범위를 넓힌 4가 백신은 GSK의 플루아릭스 테트라, CSL시퀴러스의 플루셀박스 등이 공급된다. 특히 플루셀박스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돼, 유정란 배양의 변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고령층을 위한 고면역원성 백신도 도입됐다. 면역 노화로 항체 형성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65세 이상은, 표준용량보다 4배 많은 항원을 담은 고용량 백신(사노피 에플루엘다테트라)이나, 면역증강제가 첨가된 백신(CSL시퀴러스 플루아드 쿼드)이 선택 가능하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고령층의 우선 접종이 권고된다.

 

새로운 형태의 예방백신으로 비강 분무형(스프레이형)도 등장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플루미스트는 양 코에 한 번씩 분사하면 접종이 끝난다. 생후 24개월 이상~49세까지 사용 가능해,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큰 소아·청소년과 주사 공포증 환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국내외 독감 백신 시장은 항원 범위, 생산 방식, 접종 편의성 등에서 맞춤형 다변화 경쟁 구도를 띤다. 미국, 캐나다 등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 국가들과 동일한 흐름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백신항원의 실효성과 안정적 공급이 우선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WHO는 계절별 바이러스 변동성을 주시하며, 각국 접종 프로그램의 항원 구성을 매년 조정한다. 질병청도 국내외 검출 자료, WHO 권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NIP 백신을 선정한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선택이 맞춤형으로 세분화되고 있고, 각 군(소아·고령·만성질환자)의 접종 전략이 산업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처럼 빠른 유행에는 접종 타이밍과 백신 종류 선택 모두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새로운 백신 기술과 배포체계가 실제 현장에 조기 정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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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3가백신#고면역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