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로저비비에 가방 선물 당일 국회 방문"…특검, 김기현 인지 정황 추적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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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위반 수사를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부가 정면 충돌했다. 김기현 의원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을 건넨 날, 국회의원실을 찾은 정황이 드러나며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해 2023년 3월 17일 차량 출입기록을 확보했다. 확보 대상에는 김기현 의원 배우자 이모씨 차량의 국회 출입 및 김 의원 사무실로 향한 동선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특정한 2023년 3월 17일은 이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전달한 날이다. 이씨 차량이 이 시점에 김기현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기록이 확보되면서, 선물 전달 직전 또는 직후 남편을 만났을 가능성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김기현 의원이 배우자의 선물 제공 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씨가 특검 조사에서 밝힌 내용과 충돌하는 대목이다.

 

앞서 이씨는 지난 5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남편이 선물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남편과 무관하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준비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가방 대금 결제 계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팀은 당초 이씨만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결제 대금이 김기현 의원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김 의원을 함께 피의자로 전환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부부 공동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수사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씨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기현 의원이 당선된 뒤, 축하 인사를 명목으로 김건희 여사에게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선물한 혐의를 받는다. 고가 선물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건너갔다는 점에서 공직자 등에게 제공되는 금품 수수 제한 규정을 담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특검팀은 선물의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신도 2천400여명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켜 김기현 의원의 당 대표 선거를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이씨의 선물이 이 같은 지원에 대한 답례 성격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조직 동원 논란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후폭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물증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검팀은 지난달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함께 이씨가 쓴 손 편지를 확보했다. 이 편지에는 2023년 3월 17일 날짜와 함께 곁에 있어줘 큰 힘이 됐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씨가 같은 해 3월 16일에 클러치백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구매와 전달, 국회 방문 시점을 촘촘히 대조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기현 의원에게 직접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응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팀은 오는 18일 출석을 재차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검 수사 기간이 28일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선 특검이 국회 차량출입기록과 금융거래 내역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어, 김기현 의원의 대응 방향에 따라 여야 공방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권 핵심 인사와 대통령 배우자가 얽힌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인 만큼, 향후 소환 조사와 처분 결과에 따라 총선을 앞둔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특검팀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성립 여부와 공소 제기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관련 수사 진행 상황과 별개로 공직자 금품 수수 규정 정비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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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김건희#민중기특별검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