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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20 AI칩 저사양으로 중국 재공략”…수출 규제에 맞선 전략 변화→중국 기업 AI 갈증 해소할까
국제

“엔비디아, H20 AI칩 저사양으로 중국 재공략”…수출 규제에 맞선 전략 변화→중국 기업 AI 갈증 해소할까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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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늦봄은 묵직한 변화의 기류를 품고 있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경계,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다시 흐름을 바꾸려는 힘찬 시도들이 켜켜이 쌓인다. 인공지능 반도체 첨예한 전선의 한복판에서, 엔비디아가 마침내 새로운 해법을 내보인다.

 

미국 정부가 칩 수출 규제의 문턱을 높이면서, 엔비디아는 주저 없이 H20 인공지능 칩의 사양을 한 뼘 더 낮추기로 했다. 7월, 중국 시장에 맞춰 등장하는 이 저사양 버전은 메모리 용량 등 주요 성능을 대폭 조정한 것이다. 로이터가 보도한 소식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과, 반도체 패권 다툼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킨다.

‘엔비디아’ AI칩 H20 저사양 7월 출시…미국 수출 규제 대응
‘엔비디아’ AI칩 H20 저사양 7월 출시…미국 수출 규제 대응

H20은 양국 간 통상 전쟁 속에서도 중국에서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아온 엔비디아 칩이었다. 작년 10월 처음 강화된 미국의 통제 후 출시된 이 칩은, 그나마 중국 IT기업―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에 여전히 무게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규제의 그물망은 점차 조여왔고, 엔비디아도 중국 내 점유율과 영업망, 더 나아가 17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의미를 놓칠 수 없었으리라.

 

젠슨 황 최고경영자 역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직후 베이징을 찾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조용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설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제품은 이미 현지 고객사들에 예고됐고, 일부 업계 관계자는 수정된 H20 칩의 모듈 구성에 따라 각기 다른 구성을 맞출 수 있게 설계될 것임을 시사한다.

 

첨단 반도체 영토를 좁히려는 미국, 그 갈증을 돌파하려는 엔비디아와 중국 IT 대기업의 역동. 수출 규제는 엔비디아 영업전략의 방향을 뚜렷이 바꾸고, 동시에 중국 내 AI 인프라의 성장 경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함구에 머물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물결은 이미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다. 성능 하향 조정이 가져올 실제 영향, 그리고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숨은 갈증을 충족할 수 있을지. 국제 사회는 또 다시, 기술패권의 냉엄한 전장에서 새로운 각본이 펼쳐지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허예린 기자
#엔비디아#h20#미국수출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