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김천, 역사와 미식이 머무는 곳”…사명대사공원부터 진한 짬뽕까지 지역의 품격
요즘 김천을 여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교통의 도시 혹은 농업의 고장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역사와 미식, 그리고 계절의 정취를 담은 일상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여유와 취향이 담겨 있다.
지난 주말, 김천 사명대사공원엔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산책을 즐기는 연인들로 가을 햇살이 물들었다. 이곳은 조용한 힐링 스팟을 찾는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평화의 탑을 따라 난 단풍 숲길, 한복체험관에서 즐기는 짧은 과거 여행, 도자기박물관에서 만나는 예술의 온기까지. 공원을 걷다보면 도시와 자연,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가 나란히 선다. SNS엔 알록달록한 단풍을 배경으로 한 인증사진, 한복 체험 후 쏟아지는 ‘오늘은 옛날 사람’ 해시태그도 쉽게 눈에 띈다.

이런 변화는 여행문화에서도 확인된다. 김천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만큼 한적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지난해 지역관광 협회 자료에 따르면 ‘가까운 근교 소도시 1박’ 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인근 지역의 맛집 정보 역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김천의 매력은 미식에서도 빛난다. 오가다 김천점에서는 다채로운 한방차와 웰빙 디저트가 따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깊고 편안한 차 향에 이끌려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독서에 잠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몽짬뽕 신음점에선 불맛 가득한 고기 짬뽕이 인기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센 불에 볶아낸 다음 육수를 붓는 방식 덕분에 안에든 재료마다 간이 골고루 배어 있다. “한 그릇 다 먹어도 깔끔하고 깊은 감칠맛이 남는다”는 손님들의 평처럼, 이곳의 짬뽕은 가볍고도 깊은 한 끼로 기억된다.
이런 감성을 두고 여행 칼럼니스트 홍유진은 “잘 정돈된 지역 공원과 특색 있는 로컬 맛집을 찾는 문화가 확실히 뚜렷해졌다”며 “정적인 산책과 식사의 조합, 고요와 미각의 만남에서 삶의 리듬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 속 공원, 생각보다 커서 아이와 외출하기 참 좋아요”, “짬뽕 맛이 너무 궁금하다”는 방문객 후기가 줄을 잇는다. “경북의 숨은 여행지 또 찾았다”는 기록도 간간히 보인다. 사람들은 ‘위로와 쉼’, ‘새로운 취향 찾기’란 감정을 김천에서 발견한 듯하다.
작고 소박하지만 충만한 하루의 여행. 지금 김천에서 걷고, 마시고, 먹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 이상이다. 일상 한가운데 가을빛을 머금은 공간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