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간 고용 3만 명 감소 충격”…미국 증시,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침체 우려 속 혼조세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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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3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민간 고용 지표 부진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등락이 엇갈리며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출발했다. 이번 고용 쇼크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하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투자자 심리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 시각 오전 10시 39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0.98포인트(0.13%) 오른 47,535.44를 기록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2.91포인트(-0.04%) 하락한 6,826.46,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93.6포인트(-0.40%) 떨어진 23,320.07에 머물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주 지표인 러셀 2000 지수는 0.68% 상승해 대형주 대비 선전하고 있으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가 1.57% 오른 16.85를 기록해 불안 심리가 여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원 내린 1,467.8원을 나타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을 뒤흔든 직접적인 재료는 예상치를 크게 밑돈 민간 고용 통계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Zacks Investment Research)에 따르면 11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3만 2천 명 감소(-32K)를 기록해 4만 명 증가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정면으로 빗나갔다. 지난 6개월 가운데 네 번째 마이너스 성장으로,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12만 명의 고용이 줄어든 점이 두드러졌다. 잭스는 “대기업과 달리 수익성 조절 수단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들이 인건비 축소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노동 시장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고용 둔화 신호는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을 강화하는 요인이면서도 성장 모멘텀 약화를 시사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개장 전 주가지수 선물이 상승세를 보였다가 고용 통계 발표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거나 하락 전환한 점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이 경제 지표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틸리티와 산업재 섹터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반면, 기술주는 차익 실현 매물에 눌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될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주시하고 있다. 서비스 경기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추가 신호가 나올 경우, 최근의 완만한 상승장과 성장주 강세 흐름이 유지될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시선은 여전히 미국 빅테크에 집중돼 있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에 따르면 전날 기술주와 암호화폐 관련 종목이 시장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날은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 기술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관망 기조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서학개미 최다 보유 종목인 테슬라(Tesla)는 장초반 1.66% 오른 436.36달러에 거래되며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한 달간 400달러 선을 오가는 변동성에도 이날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갔다. 반면 인공지능(AI) 대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Nvidia)는 0.89% 떨어진 179.85달러에 머물며 대조를 이뤘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구조를 보면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집계에서 12월 1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1위는 테슬라로 39조 3,138억 원, 2위는 엔비디아로 24조 8,26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예탁결제원 통계는 현지 결제일 기준이라 2~3거래일 정도 시차가 발생해, 12월 1일 데이터가 이날(12월 3일) 실시간 주가 움직임과는 시점상 차이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럼에도 자금 유입·유출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보면, 12월 1일 기준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직전 집계일보다 3,393억 원 늘어났다. 주가 조정 국면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날 뉴욕 장초반 엔비디아가 약세를 보이면서 단기적으로는 평가 손실 구간에 접어든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테슬라 보관금액은 443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단기 성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형국이다.

 

보관금액 상위권에 포진한 여타 빅테크 종목들은 대체로 부진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초반 2%대 하락세(-2.76%)를 기록 중이며, 아마존닷컴(-1.37%), 메타 플랫폼(-0.58%) 등도 동반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12월 1일 기준 보관금액이 38억 원 감소한 데 이어 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서학개미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경계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는 이날 0.41% 오르며 소폭 상승 중이지만, 12월 1일 기준 보관금액은 4,841억 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변동성이 커진 장세 속에서 고위험 레버리지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 시장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선반영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Collin Martin) 채권 전략가는 “ADP 보고서가 노동 시장 냉각을 확인해 주었고, 이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하락을 거론하며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국채 수익률 하단은 3.75% 수준에서 지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주에 우호적인 저금리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단기 변동성 확대를 동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도 눈에 띈다. 비트코인이 9만 3천 달러를 상회하며 강세를 이어가자,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주식들이 장전 거래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긍정적인 재료와 부정적인 지표가 뒤섞여 시장이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스닥 100 지수가 0.43% 떨어진 점을 들어 기술주 전반의 매도 압력을 지적했다.

 

현재 뉴욕증시는 고용 지표 둔화라는 악재와 조기 금리 인하 기대라는 호재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USA)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 자산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특정 빅테크에 자금이 쏠린 서학개미들의 경우 개별 기업 이슈뿐 아니라 고용, 물가 등 거시 지표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와 고용·성장 지표의 추가 약화 여부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크게 갈릴 수 있다며, 이번 고용 쇼크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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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