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법정 시한 준수”...여야, 내년도 예산안 2일 처리 합의
예산안 시한을 둘러싼 여야의 장기 대치가 한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여야가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국회는 5년 만에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게 될 전망이다.
국회는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앞두고 여야 교섭단체 간 협상을 진행해 이날 중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내년도 예산안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법정 시한 내에 처리되는 사례가 된다.

예산안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12월 2일 이내에 처리되는 것은 2012년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시행된 뒤 세 번째다. 앞서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과 2020년에만 법정 시한 준수가 이뤄졌다.
국회선진화법은 과거 정부 예산과 정치 현안을 둘러싼 극한 대립으로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지연되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반복되자 2012년 도입됐다. 당시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크다고 보고 관련 조항을 마련했다.
국회선진화법은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 부수 법안 등을 심의하지 못할 경우, 12월 1일에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규정했다.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은 2014년 5월부터 시행됐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전에는 헌법이 정한 원칙만 존재했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일인 1월 1일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정 절차나 자동부의 제도는 없었다. 이 때문에 처리 지연과 막판 협상이 ‘연말 풍경’처럼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자동부의 제도는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심의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정부 원안과 세입 부수 법안을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했다.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해 정치권에 시한 내 협상을 압박하는 장치로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실제로 법정 시한이 지켜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처음으로 적용된 2014년에는 시한을 맞췄지만, 이듬해인 2015년과 2016년에는 하루 차이로 법정 시한을 넘겼다.
이후 지연 폭은 점차 커졌다. 2017년에는 법정 시한보다 4일 늦게 예산안이 통과됐고, 2018년에는 6일, 2019년에는 8일이 각각 지연됐다. 2020년에야 6년 만에 법정 시한을 다시 준수했지만, 2021년 1일, 2022년 22일, 2023년 19일, 2024년 8일 등 네 해 연속으로 지각 처리가 이어졌다.
다만 선진화법 도입 이전 예산안이 대체로 12월 말에 처리됐던 점을 감안하면, 자동부의 제도 이후 전반적인 처리 시점이 앞당겨진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예산 편성이 정부와 지자체의 집행계획, 공공기관 사업 일정 등에 직결되는 만큼, 법정 시한 준수는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5년 만에 법정 시한을 맞추는 데 합의한 것을 두고,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에 한발 다가선 사례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여야가 향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협치 구조를 정례화하지 못할 경우, 법정 시한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국회는 이날 합의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세부 부대의견 이행 상황과 재정 운용 방향을 점검하는 후속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치권은 예산 심사 관행 전반을 놓고도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