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이지 않았다” 무기수 이민형의 소름돋는 절규→27년만의 목격자 진술 흔들렸나
장미비디오 살인사건의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무기수 이민형의 27년간 봉인됐던 진실을 조심스레 열어젖혔다. 누구보다 평범했던 20세 탈영병이 하룻밤 사이 살인범, 그리고 무기수가 된 이야기는 단단히 닫혀 있던 시간의 문을 넘어, 그날의 비명을 다시 불러냈다. 침묵으로 꾸며진 그의 옥중 육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차디차게 얼렸다.
1998년 대구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 여섯 살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경찰은 단 3일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며 이민형을 연행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범인을 특정할 만한 어떠한 지문도, 단서도, 흉기도 남지 않았다. 오직 자백만이 사건을 이끌어 갔다. 12시간 만에 이루어진 이 자백이 운명처럼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건의 수사과정 깊숙한 곳까지 발로 뛰며, 증거 없는 자백의 본질과 3명의 목격자 진술에 남은 의문점을 촘촘히 파헤쳤다. 피해자 아들은 “20대로 보였다”는 모호한 진술만 남겼고, 이웃 주민과 다방 종업원 역시 헷갈리거나 확신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진술의 균열이 드러날수록, 무기수 이민형의 절규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특히 27년 만에 자백을 번복하며 재심 신청까지 감행한 그의 용기는, 모두가 의심 없이 받아들인 판결에 조용히 큰 파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알 것이다”라는 오랜 침묵 끝의 한마디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그늘진 민낯을 예리하게 비추었다. 무엇보다 12시간 만에 생을 뒤집은 심문실의 풍경을 내 기억에 대입해 보라면, 살을 에는 칼끝 같은 두려움이 등골을 울린다.
사회적 불안과 연쇄 사건에 시달리던 시대적 분위기는 이민형을 이상적인 용의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탈영병이었다. 과거 범죄 전과까지 붙은 탓에, 수사는 너무나 빨리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정작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다. 빠른 해결과 실적만 중시된 사건 처리의 그림자는 오늘날까지 사법 정의의 본질적 딜레마를 안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 팀은 이번 주제 선정과 취재 과정 자체로, 오랜 시간 방치됐던 질문들을 사회에 던진다. 자백에만 의존하는 관행, 사건 해결의 압박, 판결 번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 등. 이 사건은 과연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 모두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되묻고 있다.
이민형이 진짜 범인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물증 없는 자백으로 평생을 감옥에 살아야 했던 삶의 무게다. 진실을 추적하는 인내와 사법의 원칙이, 단 한 사람의 인생만큼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 바로 그것이 이 사건의 유산으로 남았다.
무기수 이민형의 자백 번복과 지워지지 않는 의문, 그리고 3명 목격자의 증언 일치성 문제 등 풀리지 않은 진실의 조각들은 엔딩을 앞둔 ‘그것이 알고 싶다’ 19일 토요일 밤 11시 10분 SBS에서 깊이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