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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 뒤지라"…이재명 대통령, 인천공항 해외 현금반출 전수조사 지시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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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빠져나가는 현금을 둘러싼 통제 강화 요구와 공항 보안 현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책 속에 지폐를 한 장씩 끼워 들고 나가는 방식의 밀반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공항 검색 체계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부터 공항 검색 실태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책에 지폐를 끼워 밀반출하는 수법을 문제 삼았다. 그는 "어디서 본 건데,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안 걸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책은 당연히 검색해서 뒤져봐야지 그걸 다 통과시키느냐"고 지적하며 현금반출 관리 현황과 대응 방안을 별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폐 100장이 겹쳐 있으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한 장씩 책갈피처럼 꽂혀있으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는 이학재 사장의 설명을 들은 뒤 "책을 다 뒤져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여행객 행동 패턴을 언급하며 수상 징후를 가려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볼 책은 들고 다니지, 가방에 넣어 검색대를 통과시키지 않는다. 그건 약간 수상한 것"이라며 "책을 뒤져보고 열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항 검색 과정에서 가방 속 책을 별도 검사 대상으로 삼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가 생중계되는 점을 의식한 듯 밀반출 수법 확산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 업무보고 방송을 봤으니, 아, 이제는 그사이에 끼워서 가면 안 걸리는구나 생각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보안 취약점이 알려지더라도 현장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학재 사장은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전체 검사는 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 이 대통령은 "전체 조사를 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어 "전체를 조사한다고 하고 실제로 조사하면 아무도 법정 한도 이상의 현금을 안 가져가고, 다른 방법을 쓸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효과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각별히 관심을 가지도록 하라"고 거듭 주문했고, 이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 당국, 국토교통부 간 공항 검색 기준과 절차 조정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항 검색 강화 그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모든 책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의 전수조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여당과 정부는 외환 유출 방지와 불법 자금 차단을 위한 강경 조치라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고, 야당과 인권 단체는 과잉 검색과 이용객 불편,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들어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안 강화와 승객 편의 간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공항 검색 지침 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고, 국회는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놓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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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인천국제공항공사#이학재사장